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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 수빈'과 '달수빈'은,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 같았다 [이승록의 나침반]
20-05-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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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수빈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이다. 3년 전, 수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느낀 단상(斷想)을 SNS에 남겼는데, 그게 무척이나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수빈은 병상의 노인이 남주인공이 썰어 준 오이를 먹은 뒤 "맛있어"라고 한 장면을 가리키며 "결국 책 안에서도, 책 밖의 우리도 모두 살아있고 살아있었다"고 적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이든, 무엇인가를 잃는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상실의 과정과 결과 속에서 슬퍼하고 제각각 다른 감정을 갖는다. 하지만 '가지고 있음'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상실의 연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맛있다'고 느끼는 것 역시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감각이라며 수빈은 "그것들이 이 상실의 아픔들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수빈을 만나 대화를 나누자 '달샤벳 수빈'과 '달수빈'은 마치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 같았다. 달샤벳 수빈은 대중에게 기억되기 위해 살아있던 존재였다면, 달수빈은 스스로를 기억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 같았기 때문이다.

수빈이 2016년부터 지금까지 '달수빈'의 이름으로 낸 솔로곡 '미워', '꽃', '달', '동그라미의 꿈', 'DIVE' 등의 노래들은 음악적으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 '동그라미의 꿈'은 빌보드에서 2010년대 K팝 100대 명곡 중 79위에 선정했다. 놀라운 결과다.


무엇보다 '달수빈'의 노래들은 '달샤벳 수빈'이었을 때에는 알 수 없던, '달샤벳 수빈'의 경계 밖 하나의 인간으로서 '수빈'이 지닌 정체성과 내면이 직관적으로 담겨 있다. 그런 이유로 달수빈의 노래들을 발표된 순서대로 들어보면 수빈이 그 장르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고민과 갈등을 그동안 얼마나 겪었고, 이제는 어떻게 성장했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근데 전 저만의 우울함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글로 풀어요. 그럼 글에 맞는 멜로디를 붙이고, 거기에 맞는 장르를 정하고요. 제가 기복이 있기 때문에 편곡도 다양하게 되는 것 같아요."

4월에 낸 푸른 색감의, 뮤직비디오마저도 파격적으로 물에 뛰어든, 최신곡 'DIVE'는 그래서 지금 현재 수빈이 대체 인생의 어느 지점을 유영하고 있는지, 그 깊은 바닷속에서 어떻게 헤엄칠 수 있었는지, 수빈만의 방식으로 노래한 기록이다.

"숨쉬는 것 자체가 당연하지만, 엄청나게 소중한 것이란 걸, 물 속 깊은 곳에서야 깨닫게 되었어요. 일상에서 깨닫지 못했다가 극한에 가서야 깨닫는 게 슬프지만요."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이 세계에 기록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삶을 소설로 쓰고, 수빈은 인생을 노래로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바다에 빠지더라도 '달수빈'이란 노래에는 수빈의 삶이 매 시각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DIVE'의 노랫말 "사라지고 싶었지만 살아지고 있었어"는 '달수빈'의 현재이자, 수빈이 지금 헤엄치고 있는 심해의 핵심인 셈이다.


"인생은 힘겹고, 인간은 나약해서 붙들어 맬 누군가 필요한 존재일 거예요. 제 노래로 '그런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라고 공감하시길 바랐어요. '입수'는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느낌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린 바다에 빠졌을 때 생각보다 더 살고 싶어서 발버둥치니까요. 인간은 생각보다 아무리 내려놓고 싶더라도, 살고자 하는 그런 무의식이 있구나 싶어요. 우린 살 수 있는 인간이고, 결국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러니 '그래도 잘 살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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