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오리온 끈질긴 추격, 다양성으로 극복한 삼성

[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삼성이 다양한 무기로 오리온의 추격을 뿌리쳤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김준일과 임동섭의 상무 입대와 FA 김동욱의 가세가 있었다. 김동욱이 골밑 수비에 경기운영까지 도맡았다. 하지만, 승부는 라틀리프가 골밑을 지배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그런 점에서 16일 오리온과의 홈 경기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승부처서 라틀리프에 대한 몰빵 농구가 아닌, 다양성으로 오리온을 눌렀기 때문. 알고 보면 삼성도 다양한 무기가 있다. 김동욱의 경기운영능력과 득점력에 라틀리프와 마커스 커밍스를 앞세운 얼리오펜스가 있다. 김태술과 이관희, 이동엽 등도 한 방이 있다.

삼성은 경기 초반 이관희가 김진유를 상대로 과감하게 돌파로 점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리온은 초반부터 실책이 잦았다. 삼성은 이관희, 라틀리프가 잇따라 속공으로 점수를 만들었다. 김동욱을 앞세워 정교한 패스게임으로 문태영의 3점포까지 터졌다. 달아나야 할 타이밍에선 어김 없이 라틀리프의 골밑 득점이 나왔다.

2쿼터에 커밍스가 등장하자 세트오펜스와 얼리오펜스, 골밑과 외곽의 조화가 두드러졌다. 중심은 김동욱이었다. 직접 패스게임을 이끌거나 3점포로 처리했고, 수비에선 오리온 장신 포워드들을 번갈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3쿼터에도 그런 흐름이었다.

오리온은 수비 변화가 잦았다. 최근에는 맨투맨 빈도를 높였지만, 이날 역시 어김 없이 지역방어를 꺼냈다. 선수층이 얇아진 현실상 주축들의 체력안배, 잦은 수비변화로 어떻게든 4쿼터까지 대등한 승부를 하려는 의도였다. 하프코트에서 존 디펜스 트랩 프레스 형태로 상대 공격을 지연하는 수비도 종종 실시했다. 트랩과 로테이션도 섞었다.

하지만, 잦은 수비변화는 체력 부담이 있다. 오리온은 3쿼터 초반까지 공격에서 응집력이 떨어졌다. 잦은 실책이 나오며 추격하지 못했다. 오히려 삼성은 김태술과 김동욱을 앞세워 오리온 지역방어를 가볍게 깼다. 외곽슛 컨디션이 좋았다. 오리온도 지역방어를 길게 쓰지 못했다.

3쿼터 중반 이후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도 실책을 연발하면서 오리온 추격의 빌미를 내준 것. 오리온은 버논 맥클린이 라틀리프와의 1대1에서 밀리지 않았다. 문태종은 적극적인 공격리바운드 가담이 돋보였다. 최진수도 돌파와 외곽슛, 리바운드 가담으로 숨통을 텄다. 스펜서도 꼬박꼬박 중거리포를 터트렸다. 결국 4쿼터 초반 삼성의 연이은 턴오버에 오리온이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삼성은 다양성을 앞세워 끝내 승부를 지배했다. 김동욱의 좌중간 뱅크슛, 김동욱의 패스를 받은 김태술의 외곽포가 잇따라 나왔다. 라틀리프에겐 그림 같은 랍패스로 3점 플레이를 유도했다. 오리온은 정교한 패스게임에 의한 문태종의 3점포로 앞서갔지만, 다시 실책으로 주저 앉았다.

3점 내외의 승부였다. 삼성은 라틀리프만 쳐다보지 않았다. 경기종료 1분58초전에는 이관희가 우중간에서 전정규를 상대로 침착하게 턴어라운드 뱅크슛을 터트렸다. 1분7초전에는 라틀리프가 6점 차로 달아나는 팁슛을 터트렸다. 그러나 김동욱이 엔드라인에서 수비수를 몰고 간 뒤 탑의 이관희, 좌중간 45도의 김태술로 이어지는 패스가 일품이었다. 결국 삼성의 신승.

삼성은 올 시즌 경기력 기복이 심한 편이다. 궂은 일이나 수비 응집력에 대한 기복, 라틀리프에게 의존하는 코트 언밸런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승부처 수비 응집력이 좋았고, 무엇보다 문태영, 커밍스, 이관희, 김동욱이 두 자릿수 점수를 만들어내며 라틀리프와 공격을 분담한 게 고무적이었다. 커밍스를 활용한 얼리오펜스도 좋았다.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패스게임으로 오리온의 다양한 디펜스를 무너뜨렸다.

오리온은 다시 한번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경기 도중에도 경기력 기복이 심했다. 실책도 적지 않았다. 5연패. 또 다시 흐름을 반전하지 못했다.

[이관희. 사진 = 잠실실내체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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