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시인의 사랑' 양익준 "'똥파리' 이후 無감흥증 앓아"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감독 겸 배우 양익준, 지난 2009년 영화 '똥파리'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는 영예를 누렸다.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지독한 후유증을 앓았다고. 그로부터 10여 년의 세월 동안 '똥파리'의 굴레에 갇혀 제자리를 맴돌았다.

"'똥파리' 같은 거칠고 센 이미지로 진물이 빠질 때까지 활용됐다"라는 것. 그러면서 '무감흥증'을 앓았다는 양익준. 무엇을 해도 감흥이 안 느껴진다는 그의 표현이다. 브레이크에 걸려 인고의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인생에 있어 의미 없이 보내는 브레이크 타임도 필요한 거 같아요"라고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 영화 '춘몽'에 이어 올해 '시인의 사랑'을 만난 뒤부터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갈해준 작품들이다. '시인의 사랑'에서 시인 택기 역할을 맡아 색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위장하지 않은 내 모습 같았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시인의 사랑' 시나리오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평범한 캐릭터도 일상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요. 보통 특별한 능력의 캐릭터만이 특별한 경험을 하잖아요."

'시인의 사랑'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맞닥뜨린 시인 택기, 그의 아내(전혜진) 그리고 한 소년(정가람)의 이야기를 제주도를 배경으로 담은 감성 드라마다.

양익준은 우연히 알게 된 소년 정가람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섬세한 감정선을 그렸다. 이에 대해 그는 "택기는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지만 일상은 별다를 게 없다. 시인 취급도 받지 못 한다. 영감을 얻지 못해 고뇌하고 이 가운데 만난 소년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면서 갇힌 내면이 열린다. 택기를 두렵고 힘들게 만들었던 평온한 일상에 똑똑 노크를 하며 출렁이게 한다"라고 말했다.

배우 전혜진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전혜진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첫 호흡이었는데도 마치 5~6년 같이 연극한 사이처럼 느껴졌다"라며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사람이다. 이런 정서를 주는 배우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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