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면 안 된다’ 한화 배영수, 논란에도 잃지 않았던 평정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단순히 ‘12경기 무승’을 끊어내며 따낸 승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1승이었다. 한화 이글스 베테랑 투수 배영수에겐 통산 135번째 승리가 꼭 그랬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를 펼치며 한화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6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02일만이자 13번째 등판서 따낸 7승이었다.

7회말까지 내용만 봤을 땐 완봉승도 노릴만했다. 투구수가 83개에 불과했고, 직구 최고 구속 145km를 기록하는 등 공 끝에 힘도 실렸다. 하지만 배영수는 8회말 2사 상황서 박용택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고, 곧바로 마운드를 정우람에게 넘겨줬다.

배영수는 경기종료 후 “완봉 욕심은 전혀 없었다. 그냥 이기고 싶었을 뿐이어서 미련 없이 내려왔다. 12경기 동안 무승이었는데, 다행히 이겼다. 그간 운이 안 따랐는데, 운도 따랐던 것 같다”라며 LG전을 돌아봤다.

가장 큰 위기는 3회말 1사 만루 상황이었다. 3번타자 박용택을 상대하게 돼 자칫 대량 실점을 범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배영수는 두둑한 배짱을 보여줬다. 연달아 3개의 직구를 던져 박용택을 삼구 삼진 처리한 것. 이날 기록한 최고 구속도 이때 나왔다. 배영수는 이어 정성훈도 우익수 플라이로 막아내 위기서 벗어났다.

배영수는 “사실 3회말에는 점수를 안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자가 있을 때는 공을 강하게 던지는 식으로 강약조절을 하는 편인데, 직구에 힘이 있었다. 그대로 승부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돌아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배영수는 올 시즌 중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나선 배영수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부정투구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배영수는 “내 잘못이다. 많이 반성했고, 사죄드린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쩌면 팔꿈치수술 이후 재활을 거친 기간보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을 지도 모른다. 배영수는 이에 대해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무너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건 이후 로진을 만지는 데에 신중해졌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팔꿈치 통증 탓에 2군에 다녀온 시기도 있었다. 배영수는 지난달 2일부터 19일까지 1군서 제외된 바 있다. 다만, 2군행은 배영수에게 마음은 물론, 기술적인 부분까지 다듬을 수 있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배영수는 “2군에서 원포인트레슨을 잘 받았다. 최계훈 감독님께 중심이동을 배웠다. 개인 면담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얻었다”라고 돌아봤다.

배영수는 2015시즌을 마친 직후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이에 따른 재활을 거치느라 2016시즌은 통째로 비웠다.

꽤 긴 공백기였지만, 배영수는 올 시즌에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24경기서 7승 7패 평균 자책점 4.98을 기록했고, 지난 6월 10일에는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완투승(9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을 따내기도 했다. 123이닝은 팀 내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이닝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한 통산 2,000이닝을 돌파한 역대 6번째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배영수는 아쉽단다. “150이닝 이상을 던지고 싶었는데, 보름 정도 1군에서 빠져 채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게 배영수의 설명이다.

목표로 내건 150이닝을 채우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배영수는 올 시즌을 통해 다음 시즌에도 힘껏 공을 던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배영수는 “다행히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도망가지 않고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올 시즌을 돌아봤다.

대기록도 달성했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LG전 승리로 통산 135승(116패)을 달성, 김원형(전 SK·134승)을 제치고 통산 다승 부문 단독 5위로 올라섰다. 4위 선동열(전 해태·146승)과의 격차는 11승. 올 시즌과 같은 기세를 유지하면, 2시즌을 소화해야 노릴 수 있는 기록이다. 승운이 더해진다면, 차기 시즌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배영수는 “그 기록은 내년에 노려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남은 경기 중 얼마나 등판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5경기 내용이 괜찮았던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웃었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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