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③] '3일간의 비' 이윤지 "결혼·출산 후 신중해져, 연극할 타이밍"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이윤지에게 연극 무대는 자신을 시험하는 공간이다. 이미 다수의 드라마로 대중에게 호감인 배우가 무대에서 다시 평가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이윤지는 꾸준히 그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03년 데뷔한 이윤지는 2010년 연극 '프루프'를 통해 연극 무대에 처음 섰다. 이후 2013년 연극 '클로저'로 다시 자신을 시험했고, 4년만에 다시 연극 '3일간의 비' 무대에 섰다.

2013년 '클로저'를 끝낸 뒤에는 드라마 활동을 비롯 결혼과 출산을 했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상황적으로 많이 달라진 뒤 다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이윤지는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한 이유를 묻자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물렸다"고 답했다. "오는 작품 안 막는 스타일이라 이거는 해야 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못해도 3년 주기로는 무대에 서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록 세번째 작품이긴 하지만 그걸 나름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이에 내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하니까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 번 보고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번에 드라마로는 봤으니까 무대에서는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싶었죠."

이윤지는 연극 무대에 푹 빠져 있었다. "진짜 무대는 공연을 해서 기운이 빠지는게 아니라 해서 훨씬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연극과 드라마는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달라요. 준비하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응축된 에너지가 다르죠. 그래서 연극은 해소가 돼요. 한번씩 씻어내는 느낌이거든요. 공연 하면서 전체를 본다는건 정말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4년 전 '클로저' 때와 지금의 이윤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솔직히 '클로저' 때는 정말 안 떨어서 내가 무대 체질인 줄 알았다"고 밝힌 이윤지는 "이번에는 너무 떨리더라"고 털어놨다.

"그 사이에 책임져야 될 사람들이 더 늘어서일까요? 타이밍도 맞고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너무 떨리더라고요.'내가 늙었나? 왜 이렇게 쫄보가 됐지?' 했어요. 근데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죠. 줘야 될 정보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긴장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아요."

이윤지는 "내가 쫄보가 됐다. 긴장을 더 많이 한다"며 웃었다. "책임감 같은 게 더 커졌다. 배우는 인생의 과정이 다 고스란히 보이는 게 슬프지만 숙명이지 않나"라며 "사람에 따라 실수도 할 수 있고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데 너무 노출된 삶을 살다 보니 작품을 통해서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감이 생기면서 배우로서의 무게도 더 커졌다.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고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을 거듭하는 만큼 그에 따른 성과도 있다.

"그 전에 비해 이해도가 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요? 엄마와 딸을 동시에 연기 해보는게 매력적이어서 '3일간의 비'를 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아이를 낳고 어느 날 달을 보는데 갑자기 오빠와 나를 낳았을 때의 엄마를 만나보고 싶은 거예요. '참 힘들었겟다. 응원해주고 싶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확실히 경험은 배우 이윤지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일련의 감정들이 지금 무대 위의 이윤지를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화가 나는 것도 속도가 늦춰지고 또 반면에 작은 것에도 기뻐할 줄 알게 됐죠. 그래서 연극 연습과 무대가 더 좋은가봐요. 연습실이라는 마법을 너무 좋아해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뤄내는 게 정말 좋아요."

연극 '3일간의 비'. 공연시간 120분.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사진 = 악어컴퍼니, 나무엑터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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