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아리랑' 장은아 "진짜를 뱉지 않을 바엔 입을 닫는게 낫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아리랑'은 장은아에게 도전이었다. 우선 소리꾼 역할이기 때문에 소리를 해야 했고, 역사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했다.

자칫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 있는 도전이었지만 장은아는 도전을 외면하지 않았다. 뮤지컬 '아리랑'이 전하는 메시지의 힘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배우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나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모를리 없었다.

뮤지컬 '아리랑'은 천만 독자에게 사랑 받은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 일제 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미니멀리즘한 무대로 담아냈다.

장은아는 "이번 옥비 같은 경우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긴 했지만 사실 분량 자체가 많지 아 마음적으로 쉬어가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을 한켠에 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힘들 거란 상상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서편제' 때 소리를 배우긴 했지만 소리를 다시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다 보니 '이런 것도 내가 할 수 있다'를 다시 일깨우고 싶었고 스펙트럼도 넓히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작품이 가진 기운과 힘이 있어요. '아리랑'은 딱 우리 나라의 정서고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본능적인 감정이 있죠. 여기서 진짜를 끌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다른 테크닉은 필요 없어요. 진심이 있으면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극이니까 그런 연기의 본질을 끄집어 내는데 도움을 주는 거죠."

사실 장은아가 '아리랑' 출연을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 소리꾼이라는 인물 설정도 부담스러웠고 작품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처음엔 '내가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고민을 거듭할수록 '한 번 해보자'라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배우가 소리꾼을 연기한다는 접근으로 가니 '도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앞서 '아이다'를 통해 크게 재조명 돼서 제 인생에서 정말 큰 필모가 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어떤 작품을 하느냐가 되게 중요한 상황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작품을 하고싶진 않았어요. 배 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제가 늦게 뮤지컬을 시작한 만큼 작품 하나 선택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하거든요. 조금 포기하더라도 내가 배울 수 있고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아리랑'은 내 본심을 끌어낼 수 있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발전의 여지가 있었고 열정을 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선웅 연출과의 만남도 기대됐다. 연습을 거듭하며 '아,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선웅 연출님을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본인의 그림이 확실하고 그걸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연출을 만났을 때 배우는 더 힘이 나기 마련이다.

"고 연출님은 배우들이 따라가게 하는 힘이 정말 대단해요. 너무 큰 무기를 갖고 있는 거죠. 너무 만능이세요. 고 연출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다른 짓을 못하죠. 배우는 연출가가 갖고 있는 그림을 잘 표현해야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포지션만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잘 만들어주시니 너무 좋죠."

슬프기는 하지만 겉으로 슬픔을 나타내지 않는 '애이불비'의 감정도 '아리랑'을 통해, 또 고선웅 연출 덕에 더 깊게 알게 됐다. 요즘 같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시대에서 '애이불비'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은 배우라 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애이불비'에서 출발하는 표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

"테크닉이 부족해도 마음 속에서 나오는 진짜가 아니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진짜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그게 막 표현한다고 해서 전달 되는게 아니잖아요. 마음 속에 차있는 걸 툭 하나 뱉을 때 그게 더 크다는걸 알았어요. 마음에 다 찬 다음에 뱉어야 진짜라는 걸 배웠죠."

소리 역시 진심을 담으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함께 옥비 역을 맡은 이소연, 이승희가 원래 소리꾼인 반면 장은아는 가수로 시작해 뮤지컬배우가 됐기 때문에 소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부담감도 떨쳐 버릴 수 없다. 실제로 목도 많이 상했고, 그로 인한 어려움도 많다.

그러나 장은아는 연습으로 이를 극복하려 했다. 욕심을 버렸고, 관객들이 '소리하는 장은아 배우구나'라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연습했다.

연습의 결과는 주위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 장은아 합류 소식을 듣고 그를 의심했던 배우들도 이제는 "네가 해냈다"고 말해주고, 또 한 관객은 "은아 배우가 이걸 위해 했을 노력을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된다"고 했다고.

장은아는 "'내가 노력한거가 결과물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배우들은 과정이 필요없고 결과물밖에 안 보인다. 결과물이 안 좋으면 내가 노력을 아무리 해도 물거품일 때가 있는데 그게 아니어서 이번엔 정말 다행이다"고 털어놨다.

"사실 '괜히 소리꾼들 사이에서 소리꾼 역을 한다고 했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노력했죠. 소리꾼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말 소리꾼을 연기하는 장은아로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죠. 물론 전 아직도 진행형이에요. 공연을 하면서도 계속 갈구하는 게 있죠. 더 집중하려고 하고 소리꾼 같이 연기하고 싶고 그런 욕심들이 생겨요. 테크닉적인게 아니고 마음으로 다잡고 하는게 있어요. 그런데 절 믿어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장은아는 역시 '아리랑'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작품이 주는 힘을 충분히 알고 있고, 배우로서 자신이 가져가야할 부분도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손 꼽힐만 했다.

그는 "큰 역이건 작은 역이건 다 떠나서 내가 진심을 다해서 이 역을 사랑하게 되고 잘 표현하면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고 했다.

"누군가 '무대에서 진짜를 뱉지 않을 바엔 입을 닫는게 낫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너무 공감돼요. '아리랑'을 통해서 그걸 많이 배웠죠. 진짜가 아니면 한마디 뱉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요. 그렇게 되면 관객도 공감하지 못하죠. 관객과 소통하려고 무대에 서는 것이니 정말 진심을 다하려 해요. 무대에 서있는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리랑'은 정말 계속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아리랑'. 공연시간 160분.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