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뮤지컬 '아리랑', 호시절을 부르짖으며 역사를 마주했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아리랑',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좋은 호시절 오겄제"라고 부르짖으며 우리의 진짜 역사를 마주했다.

최근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우리 역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마음에 새긴 여러 작품들이 국민의 꿈틀거리는 국가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

사실 그간 사회적인 아픔을 겪은 국민에게 미래는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더 무기력해지고 무관심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고 희망을 봤다. 그래서 더 역사를 잊지 않으려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모든 역사물이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작품 중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 존재했고, 이는 생각지 못한 논란을 불러 오기도 했다. 그러나 뮤지컬 '아리랑'은 다르다. 진짜 역사를 마주했고, 그래서 더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뮤지컬 '아리랑'은 천만 독자에게 사랑 받은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 일제 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미니멀리즘한 무대로 담아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초연된 뮤지컬 '아리랑'은 당시에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재연까지 2년, 대한민국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상처 받았고, 이를 촛불로 이겨냈다. 정권이 바뀌었고, 이제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려 한다.

그런 만큼 2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리랑'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 없이 호시절을 부르짖는 것이 우리 국민이기에 더 깊게 와닿는다. 역사를 마주할 때 과한 포장을 하거나 흥미 요소를 넣는 것이 아닌, 그저 담백하게 마주하는 방법을 택했기에 '아리랑'이 전하는 울림은 더 깊다.

'아리랑'은 특정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민족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한 많은 민족의 아픔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리랑'은 아픔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다시 일어나 나아가고 스스로 치유하며 역사를 이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선웅 연출은 역시나 감각 있는 연출로 자칫 시대적 배경에서 올 수 있는 침울함을 지웠다. 물론 이들의 아픔과 절절함은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그보다 더 강인한 민족성이 부각된다. 무대 및 영상, 의상, 음악, 안무 등 무엇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강단 있는 가운데 유연함을 유지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 할 것도 없다. 초연 멤버들이 재연 무대에 그대로 선 만큼 애정이 상당하다. 안재욱, 김우형, 윤공주, 김성녀, 이창희 등 초연 배우들은 더 깊어진 감성으로 '아리랑' 그 자체가 된다. 장은아, 윤형렬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 역시 '아리랑'이 주는 무게감을 알고 있는 듯 열을 다 해 연기해 감동이 더 진하다.

역사를 마주한 '아리랑'. "좋은 호시절 오겄제"라고 부르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결국 강인함이 되고 이는 곧 치유로 다가온다. 이 시대 꼭 필요한, 앞으로의 역사에도 항상 자리해야 할 뮤지컬이라 확신한다.

뮤지컬 '아리랑'. 공연시간 160분. 오는 9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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