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무심코 쓴 '여배우' 표현의 위험성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 "남자배우는 그냥 '배우'인데, 여자배우는 왜 꼭 '여배우'인가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여러 배우들을 인터뷰하면, 여자배우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 중 하나는 "왜 여배우라고 하느냐"다. 여자 배우(부득이, 해당 기사에서 구분 상의 표현)들은 자신들을 남자 배우들과 같이 똑같은 배우로서 봐주길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착된 '여배우' 인식과 수식어는 이들의 족쇄가 되고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는 말은 과거 여자들의 모임에 왕왕 쓰이는 말이었지만, 지금 이와 같은 말을 무심코 여자들에게 던지면 정말 큰일난다. 유교사상이 뿌리까지 박혀있었던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여성 비하는 여자는 조용히 할 일을 하고, 쓸데없는 수다를 떨지 말라는 말로 쓰인다. 회사나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

다시 돌아가, 여자 배우들은 '여배우'라고 불리는 것 자체가 이들의 입을 막는 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럴 것이 스크린에서는 남자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작품이 즐비하고 여자 배우들의 기근, 여자를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의 기근이라는 말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14년 영화 '관능의 법칙'은 영화배우들 중 연기파로 깨나 활약 중인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등 세 배우가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줄곧 충무로에 여자 영화가 없다시피 했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에서 히데코 역의 김민희와 숙희 역의 김태리가 활약하면서 여자 배우들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 여배우가 아니라 배우이듯이, 여자예능도 '예능'이다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등 여자 연예인들로만 구성돼 출격했다. 여자들만 전면에 나서는 예능이 과거에도 선보였던 바 있지만, 줄줄이 빠르게 폐지되면서 '여자예능의 한계'라는 부정적 시선이 생겨났다. 하지만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언니쓰'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여성'이 아닌 각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감동적인 예능의 선례를 보여줬다.

이어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최근 1주년을 맞았다. 박소현, 김숙, 박나래, 전효성으로 이어진 '비디오스타'는 MBC '라디오스타'의 여성판으로 알려졌지만, 케이블채널 방송인 터라 그들보다 더 센 수위의 토크로 연일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다. 수년 간 라디오 진행자로 활약 중인 박소현과 너스레 입담꾼 김숙의 거침없는 말솜씨는 시청자들을 '비디오스타'로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비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숙은 최근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서도 걸크러시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다. 김숙은 여성 예능에 대해, '뜨거운 사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여성 예능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건 남자, 여자를 떠나서 예능이라는게 오래 살아남는게 몇 개 없다. 그런데 특히나 여성 위주의 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많지 않다.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여성 시청자 2034(만 20세부터 34세)가 주 타깃층인 온스타일의 경우, 단순히 뷰티와 패션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바디 액츄얼리'는 그동안 터부시됐던 여성의 몸에 대해 거리로 나가 가감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목소리를 높이는 여자들을 가리켜 드세다는 말에서 최근 들어 '걸크러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걸크러시는 소녀(Girl)와 반하다는 뜻의 (Crush)를 합성한 말이다. '센 언니'라는 표현에서 '걸크러시'로 자연스레 옮겨가면서, 여성들의 사회·문화적인 활동이 방송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 = CJ E&M-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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