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포메이션으로 본 신태용호 10일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정말이지 매 경기 포메이션이 달랐다. 4-1-4-1로 시작해 3-4-3(포어리베로), 3-5-2(정통스리백), 4-4-2(투톱)까지, 신태용호는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시도했다. 물론 ‘다양성’은 성공했을 때 찬사가 쏟아진다. 실패하면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만 남는다. 아쉽게도 U-20 축구대표팀의 마지막이 그랬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세계 대회에서 포르투갈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수비가 아닌 공격 축구로 붙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축구는 냉정하게도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는 스포츠다. 출발은 좋았다. 기니전은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완벽히 파악한 승리였고, 아르헨티나전도 김승우를 3번째 센터백으로 활용한 변칙 스리백으로 실리를 챙겼다. 문제는 2연승 후였다. 잉글랜드전은 ‘로테이션’이란 실험 아래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패배였다. 그러나 단판 승부로, 패하면 탈락하는 포르투갈과의 16강에서 공격과 수비가 완전히 분리된 4-4-2를 쓴 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사실 이 또한 결과론적인 평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니, 아르헨티나전, 더 가서는 우루과이와 평가전처럼 실리적인 접근을 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 한국 3-0 기니 : 4-1-4-1(또는 4-3-3)

[한국 4-1-4-1 포메이션] 1송범근 – 13이유현 4정태욱 5이상민 3우찬양 - 6이승모 - 7이진현 16이상헌 14백승호 10이승우 -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기니 4-2-3-1 포메이션] 16카마라 - 2살리프 5모하메드 13알리 3디아비 - 6디데 15 카네 - 11페르난데스 8소리 20쥘스 - 9모모 / 감독 만주 디알로

준비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전술적으로 가장 짜임새가 있었던 경기였다. 노출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기니의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신태용 감독은 “깜깜이 매치”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는 경기 초반 운영부터 드러났다. 한국은 초반 10분간 라인을 내리고 기니가 주도권을 쥐도록 일부러 시간을 줬다. 신태용은 “기니가 어떻게 하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분 정도 우리 진영에서 수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익힌 뒤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이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상대 전술에 대응한 변화도 적중했다. 기니의 원톱 운영을 파악한 신태용은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성공한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 대신 포백(back four: 4인 수비)를 꺼냈다. 그는 경기 후 “최근 기니 영상을 봤는데 원톱을 쓰더라. 그걸 보고 우리가 굳이 스리백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명의 공격수를 3명의 수비수가 상대하는 건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포백을 세우고 이승모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운 한국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3골차 대승을 거뒀다.

■ 한국 2-1 아르헨티나 : 3-4-3(feat. 포어리베로 김승우)

[한국 3-4-3 포메이션] 1송범근 – 4정태욱 19김승우 5이상민 - 13이유현 16이상헌 7이진현 2윤종규 - 14백승호 10이승우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아르헨티나 4-2-3-1 포메이션] 1페트롤리 - 4몬티엘 2포이트 6세네시 3발렌수엘라 - 5아스카시바르 15콜롬바토 – 10코네츠니 16로드리게스 8팔라시오스 - 18폰세 / 감독 클라우디오 우베다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신태용 감독은 ‘멀티 수비수’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Fore Libero: 스리백 시스템에서 스토퍼 아래 처져 있는 리베로가 전진해서 미드필더 처럼 플레이하는 것)를 가동했다. 앞서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통해 성공한 예습을 마친 전략이다. 신태용이 주목한 건 아르헨티나의 2선이었다. 특히 8번 팔라시오스의 침투를 봉쇄하기 위해 스리백을 가동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2선 공격수가 침투가 좋다. 그래서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장점을 가장 잘 이용한 경기이기도 했다. 스리백을 쓰고 좌우 윙백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면서 이승우와 백승호의 수비 부담이 줄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우측 풀백 몬티엘이 자주 오버래핑에 나선 것도 이승우에게 호재였다. 결국 이승우는 40m 드리블로 아르헨티나의 빈 곳을 파고들었다. 결과적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상대의 약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한 경기였다.

■ 한국 0-1 잉글랜드 : 3-5-2

[한국 3-5-2 포메이션] 1송범근 – 4정태욱 5이상민 20이정문 - 13이유현 18임민혁 6이승모 8한찬희 3우찬양 - 11하승운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잉글랜드 4-3-3(혹은 4-2-3-1) 포메이션] 1우드먼 - 2케니 5토모리 15프라이 14워커-피터스 - 7오노마 20에자리아 8메이틀런드-나일스 – 11루크먼 18도월 16칼버트-르윈 / 감독 폴 심슨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한 번도 쓰지 않는 전술”을 가동하겠다던 신태용 감독은 ‘투톱(2명의 공격수)’를 세우고 ‘스리백(3명의 수비수)’을 후방에 구축한 3-5-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3명의 센터백이었다. 작금의 스리백 전술은 과거처럼 키 큰 중앙 수비수 3명을 세우지 않고, 풀백 또는 미드필더를 변칙적으로 기용한다. 빌드업과 미드필더에서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다. 앞선 아르헨티나전에서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높이를 고려한 신태용 감독은 김승우 대신 194cm 장신 수비수 이정문을 스리백의 좌측 스토퍼로 기용했다. 그는 “잉글랜드의 신장이 컸기 때문에 이정문을 선발로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높이’ 대신 ‘속도’를 택했다. 189cm 솔랑케가 벤치에 앉고 루크먼, 칼버트-르윈, 메이틀런드-나일스가 전방에 포진했다. 역전술에 당한 신태용호는 잉글랜드의 카운터 어택에 시종일관 끌려 다녔다. 골대가 아니었다면, 더 큰 점수차로 질 수도 있었다.

■ 한국 1-3 포르투갈 : 4-4-2 투톱

[한국 4-4-2 포메이션] 1송범근 – 13이유현 4정태욱 5이상민 2윤종규 - 14백승호 6이승모 7이진현 10이승우 - 11하승운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포르투갈 4-3-3(혹은 4-1-4-1) 포메이션] 21코스타 - 15달로트 3디아즈 13페르난데스 5유리 히베이루 - 6페페 8델가두 10샤다스 - 19브루누 7곤살베스 19실바 / 감독 에밀리우 페이시

신태용 감독은 또 한 번 예상을 깨고 4-4-2 투톱 전술을 사용했다. 당초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4-3-3을 예상했지만, 앞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했다. 신태용은 “상대는 우리가 4-3-3으로 나올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상대 두 센터백은 높이가 좋지만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에 취약하다. 조영욱 혼자하는 것보다 하승운이 가이 협공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접근이었다. 4-4-2는 이승우와 백승호가 중앙으로 들어올 때 4-2-4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밸런스다. ‘바르사 듀오’ 이승우와 백승호는 와이드한 4-4-2에 어울리는 날개가 아니다. 이승우는 처진 공격수에 가깝고, 백승호는 사이드보다 중앙 플레이를 즐긴다. 시스템적으로 두 선수에게 수비적인 부담이 과중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홀딩 미드필더를 둔 기니전과 스리백을 쓴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승우와 백승호의 공격력이 배가 됐다. 신태용 감독은 포르투갈의 센터백을 공략하려고 했지만, 그로인해 측면이 얇아지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이상헌이 투입되면서 4-2-3-1로 포메이션을 바꾼 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전략적 선택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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