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자유자재로 전술을 바꾼 토트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년 만에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을 꺼낸 아르센 벵거 감독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늦은 나이에 현대적인 전술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너무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아스널이 어설픈 스리백을 쓸 때 토트넘 홋스퍼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 전술로 ‘북런던 더비’의 승자가 되며,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에서 아스널 위에 섰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윙어(winger)’ 손흥민을 스리백 시스템의 ‘윙백(wing back)’에 기용해 비난을 받았다. 본인은 첼시와의 FA컵 패배 후에도 손흥민의 윙백 배치가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고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바로 손흥민을 제자리로 복귀시키며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아스널을 상대로 토트넘은 4-2-3-1로 경기를 시작했다. 키어런 트리피어가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했고 빅터 완야마와 함께 다이어가 미드필더에 자리했다. 그러나 고정적인 포백은 아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다이어는 트리피어가 높은 위치로 전진할 때 오른쪽 아래로 내려와 알렉시스 산체스를 견제했다. 그로 인해 스리백처럼 보이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북런던 더비가 끝난 뒤 토트넘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포메이션과 시스템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경기 도중 수시로 전술을 바꾸는 유연성을 보여줬다. 스리백이기도 했고, 포백이기도 했다. 2명의 센터백과 3명의 미드필더가 서기도 했다. 또한 풀백을 높이 전진시켜 미드필더처럼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특히 사이드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특히 손흥민이 위치한 왼쪽에서 데이비스와 함께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을 동시 공략했다. 메수트 외질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챔벌레인은 손흥민의 질주에 자주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의 아론 램지가 커버에 나섰지만 이는 중앙에 그라니트 샤카 혼자 남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아스널이 토트넘 보다 숫자가 많은 지역은 5명이 포진한 최종 수비라인이 유일했다. 델리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전반전에 결정적인 두 차례 기회를 놓치면서 아스널은 45분을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처럼 0-0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계속된 변화에 아스널 수비는 끝내 균열이 나고 말았다. 포체티노는 공격 라인에서도 위치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들어 손흥민은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알리는 왼쪽으로 갔다. 에릭섹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후반 10분 알리가 선제골을 넣고, 후반 13분에는 해리 케인이 페널티킥 추가골을 터트렸다.

벵거 감독은 두 골을 내준 뒤에야 교체를 시도했다. 샤카가 나오고 대니 웰백이 투입됐다. 스리백을 20년 만에 가동한 것만큼이나 늦은 변화였다. 윌백은 측면에 배치됐고 챔벌레인은 윙백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3-4-3에서 4-2-3-1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그러나 완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변화는 아니었다. 여전히 물음표가 남았다. 토트넘이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올리비에 지루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포백(four back:4인 수비)도 가브리엘이 오른쪽 수비에 서고 나초 몬레알이 센터백으로 오면서 어색한 구성을 보였다.

결국 아스널은 시간이 지나고서야 가브리엘 대신 베예린을 내보내고, 지루를 빼고 시오 월콧을 투입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토트넘을 상대로 벵거의 대응은 너무도 느리고 뻔했다. 어쩌면, 아스널의 진짜 고민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벵거는 스스로 자신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 = AFPBBNEWS,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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