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사제지간' LG 현주엽 감독과 기승호의 인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현주엽이 은퇴 후 8년 만에 창원 LG로 돌아왔다. 신인이었던 기승호는 어느덧 주장으로 성장, 현주엽 감독과 LG의 체질개선을 이끌게 됐다.

LG의 제7대 감독으로 임명된 현주엽 감독이 24일 서울 잠실구장 내에 위치한 미팅룸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주장 기승호를 비롯해 조성민, 김종규 등 LG 선수들도 참석했다.

2005년 FA(자유계약) 협상을 통해 부산 KTF(현 kt)에서 LG로 이적했던 현주엽 감독은 4시즌을 치른 후인 2009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현주엽 감독이 은퇴 전 마지막으로 소화한 2008-2009시즌 팀 동료들 가운데 여전히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기승호가 유일하다. 동국대 출신으로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LG에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한 기승호는 현주엽 감독과 나란히 코트에 투입되는가 하면, 룸메이트로 한 시즌을 치른 인연이기도 하다.

현주엽 감독과 감독-선수로 한솥밥을 먹게 된 기승호는 "(기존 코칭스태프를)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구단 입장이 발표된 이후 누가 오실지 선수들도, 지인들도 궁금하다는 반응이었다. 현주엽 감독님이라는 발표에 놀라는 시선도 있는데, 나는 남다른 기분이 든다. 유일하게 마지막 시즌을 함께 했고,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일단 설레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기승호는 이어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선배와 감독-선수로 만나게 돼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기승호는 신인 시절 예상보다 빨리 프로에 적응했다. 끈질긴 수비와 준수한 3점슛, 속공가담능력을 보여주며 단번에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것. 53경기 평균 23분 54초 출전, 8.7득점 2.3리바운드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상이었다.

기승호는 현주엽 감독의 조언이 프로에 적응하는 데에 큰 힘이 됐다고 회자했다. "감독님은 나만의 스타일이 갖춰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신 선배였다. 당시 감독님과 내가 함께 부각되는 기사, 사진도 많이 보도됐다"라고 운을 뗀 기승호는 "내 장점은 기동력, 형들의 패스를 '받아먹는 득점'이었다. 감독님이 '내가 공을 잡게 되면 내 눈을 잘보고 있어'라고 하셨고, 실제로 좋은 패스도 많이 받았다. 덕분에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룸메이트였기 때문에 현주엽 감독과 나눈 대화도 많았다. "막내들은 대부분 고참급 형들에게 다가가기 힘들다. 나 역시 감독님과 10살 차이가 났지만, 룸메이트여서인지 유독 나에 장난을 치셨고,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전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향후 프로선수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다." 기승호의 말이다.

기승호는 이어 현주엽 감독과 관련된 일화도 전했다. 기승호는 "우리 이모가 고려대 재학시절 감독님 팬이었다. 놀이공원에서 사인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 얘기를 동료 시절 감독님께 말씀드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기승호는 이어 "감독님은 내가 학창시절 우러러 본 스타였다. 룸메이트라는 점을 부러워한 친구들도 있었다. 최근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과외선생님도 팬이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다만, LG는 현주엽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줄곧 '무관'이라는 한을 떨쳐내지 못했다. 2013-2014시즌 챔프전에 올랐지만, 울산 모비스에 밀려 이마저 준우승에 그쳤다. 현주엽 감독이 "나뿐만 아니라 LG, 창원 팬들 모두 우승에 목말라있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전한 이유다.

기승호는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농구를 선수들이 빨리 파악하고,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더 모범이 되는 주장이 되겠다. 팀이 새로운 변화를 준 게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확실히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현주엽-기승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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