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

▶"콜라주가 유화를 대체하듯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백남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TV 샹들리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그는 현대 예술가들 가운데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한국 전쟁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근교 가마쿠라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동경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 불교 성지 가마쿠라에서 살았던 경험은 이후 그의 작품세계의 정신적인 기반이 되었다.

아티스트로 독립한 후에는 늘 가난했지만 한 번도 돈 고민을 하거나 내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한번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형에게 1만 달러를 지원받았는데 그 돈으로 뉴욕 메디슨 가에 있는 고급 앤티크 숍에서 불상을 구입해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 불상으로 만든 'TV부처'라는 작품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이후 전시 요청이 끝없이 들어왔다고 한다. 1984년에는 뉴욕과 파리, 베를린, 서울을 연결하는 최초의 위성중계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발표했다. 이후 매 2년마다 '바이 바이 키플링', '손에 손 잡고' 등 위성 TV작업을 발표했다.

백남준아트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TV물고기'가 보인다. 브라운관 앞에 수족관을 설치해 마치 브라운관 속을 누비는 듯한 물고기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전시실은 작품을 관람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달은 오래된 TV다' 작품은 천장 바로 밑에 설치돼 있어 달을 보듯 올려다봐야 한다.

천재적이면서도 괴짜 같은 면모를 지녔던 백남준.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대를 앞서갔던 그는 2006년 미국 마이애미 자택에서 74세에 눈을 감았다.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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