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매일 뚱땅거릴 것, 뭐라도 뚱땅거릴 것

[도도서가 = 정선영] 이달에 나온 금정연의 신간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나는 지금 내 나이쯤이면 내가 밴드를 만들고 싶다고 구인지 벼룩시장에 낸 광고를 보고 모인 친구들과 함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센세이셔널한 데뷔 앨범을 내고, 나쁘지 않지만 첫 번째 앨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두 번째 앨범을 내며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다가, (중략)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며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동안 가끔 쓰고 부른 노래들을 묶은 거의 기타 한 대의 연주가 전부인 느리고 사색적인 솔로 앨범을 한두 장 내고,(중략) 포르투갈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 커다란 개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마흔두 살쯤에는.”(55-56쪽)

금정연 작가와 비슷한 또래인 나는 중학교 시절 이런 꿈을 꾼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 기타를 치고 있다.

맨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내 꿈은 무려 ‘환갑 버스킹’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지인들은 기타가 얼마나 늘었는지 묻고 생일 축하곡을 연주해달라 청하지만 한 번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한다.

나도 지금쯤이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이상은 언니 노래를 기타로 치며 나지막하게 읊조리고, 우리 뚱뚱이 고양이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연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기타 연주 감상도 하던데,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가 이런 정경을 조성하게 놔두기는커녕(물론 그럴 실력도 안 된다) 기타만 들어도 우당탕탕 도망가기 바쁘다.

환갑 버스킹이 가능하긴 할까? 내 기타 연주 실력은 여전히 보잘것없는 데다 요 몇 주는 연습 시간 내기도 빠듯했다.

북에디터에게는 공통 징크스가 있다. 통상 여러 작업을 병행하기 마련이기에 각각 원고 스케줄을 늘 염두에 둔다. 막상 출판 바닥에서는 이런 계획을 나몰라라 원고는 바쁠 때 꼭 몰려온다. 마치 각 원고가 손에 손잡고 오는 느낌이랄까. 결국 바쁜데 더 바빠지니 밤새는 날이 이어졌다.

연속 몇 번 “연습을 많이 못했어요"라는 말로 레슨을 시작하니 기타 선생님 볼 면목이 없다.

실력도 안 느는데 연습도 안 했다니. 그래도 기타 선생님은 얼굴 한번 붉히는 일이 없다. 그게 더 민망해진 나는 레슨 시간이라도 최대한 집중해보려 하지만 손가락 힘도 없고 움직임도 둔한 것이 느껴진다. 애초 좋지 않은 체력을 일하는 데 모두 당겨쓴 탓이다.

그래도 매일 단 몇 분이라도 뚱땅거리려 했다. 금정연 작가가 매일 뭐라도 쓴 것처럼 말이다.

금정연 작가에게는 ‘애서가들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나 역시 좋아하는 작가다.

<마흔엔튜닝> 연재가 어느새 50회를 훌쩍 넘었다. 좀처럼 늘지 않는 나의 좌충우돌 기타 분투기가 모쪼록 ‘모든 기타 입문자들이 사랑하는 필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언젠가 그러기 위해 매일 뚱땅거릴 것, 뭐라도 뚱땅거릴 것.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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