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선수로 실패했던 김은중, 감독으로 대박 터뜨리다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김은중 감독에게 선수 시절 20세 이하 월드컵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 선수로 출전했으나 조별리그 탈락의 쓴 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무려 24년이나 흘러 2023년 현재. 지도자가 된 김은중 감독은 대박을 터뜨렸다.

1999년 U20 월드컵에 한국은 '역대 최강'을 자부했다.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무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멤버가 화려했다. 김용대, 박동혁, 송종국, 김건형, 서기복, 설기현, 이동국 그리고 김은중까지. '한국 축구의 미래' 불리던 기대주가 넘쳐났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한계를 실감했다.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1-3으로 졌고, 2차전에서 우루과이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말리와 3차전에서 4-2로 이겼으나 16강행에 실패했다. 당시 이동국, 설기현과 함께 공격 선봉에 선 김은중은 '골 침묵'에 고개를 떨궜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설기현(2골)과 이동국이 말리전에서 득점해 체면치레를 한 것도 지켜볼 뿐이었다.

U20 월드컵은 20세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월반'을 해 복수 출전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드물다. 거의 모든 선수가 단 한 번만 나선다. 김은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약관의 나이에 세계 무대를 누볐으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3년 5~6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U20 월드컵에 다시 나선 김은중 감독. 대회 전 전망은 밝지 않았다. 기본 전력이 떨어지고 특출난 스타가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직전 대회인 4년 전 형들의 준우승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특히, 김은중 감독의 '샤프 리더십'이 빛나며 준결승 고지까지 밟았다.

어쩌면 선수 시절 아픈 경험이 약이 됐을지도 모른다. 선수로서 실패를 경험했지만, 지도자로서 새 역사를 만들고 있는 김은중 감독이다.

[김은중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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