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능성' 살렸다…이제 일본·체코 도움 필요, 이강철호의 운명은?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여전히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일말의 가능성은 생겼다. 이제 일본과 체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3차전 체코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7-3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 9일 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7-8로 무릎을 꿇으며 '초비상'에 빠졌다.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아왔던 한국은 우선 8강 무대를 밟기 위해 호주전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호주 타자들이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과 좌투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30인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두 차례 안일한 플레이에 발목을 잡혔고,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한국은 일본과 맞대결에서 더욱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한국은 경기 초반 '미·일 통산 188승'의 다르빗슈 유를 공략하는데 성공, 3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순항하던 선발 김광현이 3회부터 갑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어 나온 투수들도 일본의 타선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 한국은 무려 10명의 투수를 투입했으나 13피안타 9사사구를 허용하며, 13점을 내줬다.

2연패를 당하면서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호주와 중국을 모두 잡아내고, 호주와 체코 또한 나란히 2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치게 된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었지만, 패배할 경우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되는 체코전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충격적인 상황은 일단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은 체코를 상대로 1회부터 무려 5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통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토미 에드먼이 행운 속에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것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2회말에는 김하성이 대회 첫 안타를 솔로홈런으로 연결시키며 6-0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한국은 7회초 2점을 내줬으나, 8회 김하성이 다시 홈런포를 가동해 한 점을 만회했다.

선발 마운드는 이날만큼은 든든했다. 지난 7일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일본전에서 1⅓이닝을 무실점을 기록하며 콜드게임의 수모를 막아냈던 박세웅이 선발의 중책을 맡아 4⅔이닝 동안 무려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무실점의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다만 실점 없는 경기가 중요했는데, 경기 후반 3점을 내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일단 한국은 이날 승리로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조금이나마 살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의 도움 속에 8강 진출을 최종 확정 지었다. 어떻게든 8강 진출을 노려보기 위해서는 이제 일본과 체코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현재 2승을 거두고 있는 호주는 오후 7시 일본과 맞붙는데, 호주가 일본을 잡아낼 경우 호주와 일본이 함께 8강 무대를 밟는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호주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국의 도움으로 8강행이 확정된 일본은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선발 투수로 출전한다. 야마모토는 2년 연속 퍼시픽리그 투수 4관왕, 정규시즌 MVP, 사와무라상을 품은 선수다. 일본 '풀카운트' 카와무라 기자는 "8강 진출이 확정되더라도 13일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일본은 베스트라인업으로 출전할 것이다. 다만 주축 선수들이 백업 멤버로 빠르게 교체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호주를 꺾는다면, 한국의 시선은 13일 오전 호주-체코전으로 향한다. 여기서 체코가 호주를 상대로 승리, 한국이 중국을 이길 경우 한국과 체코, 호주가 나란히 2승 2패씩을 기록하게 된다. 세 팀의 승률이 같을 경우 가장 먼저 동률 팀들 간의 최소 실점율을 살펴본다. 최소 실점율이 모두 같으면 평균자책점, 그리고 타율이 높은 팀이 8강 무대를 밟게 된다. 극히 희박한 상황이지만, 세 가지가 모두 동일하면 제비뽑기를 통해 상위라운드 진출 팀이 결정된다.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는 가운데, 일본과 체코의 경기 결과에 많은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이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체코의 경기 8회초 1사 1.2루서 투수쿄체를 위해 마운드로 오르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