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명장'은 그렇게 위대한 전략을 남기고 떠났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명장'의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 세계적 명장으로 꼽히는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그의 마지막 월드컵이 끝났다.

71세의 판 할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령 감독이다. 판 할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네덜란드 감독 역시 떠날 거라고 공언한 바 있다. 네덜란드의 월드컵은 끝났다. 판 할 감독의 월드컵도 끝났다.

네덜란드는 10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했다. 연장전까지 2-2 무승부를 거뒀고,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을 꿇었다. 네덜란드는 8강에서 탈락했다.

판 할의 마지막 경기. 명장의 연륜과 경험 그리고 지능이 빛났다. 네덜란드는 후반 막판까지 아르헨티나에 밀렸다. 스코어도 0-2로 끌려갔다. 이때 명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3분 공격수 부트 베르호스트(베식타시)를 투입한 것이다. 그는 197cm의 장신 공격수.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아르헨티나의 작은 수비진을 공략할 카드로 베르호스트를 선택한 것이다.

이 전력은 제대로 통했다. 베르호스트는 투입된 지 5분 만에 위력적인 헤딩 슈팅으로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네덜란드는 1-2로 추격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아크 중앙에서 얻은 네덜란드의 프리킥. 마지막 기회였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직접 프리킥 혹은 베르호스트 등 장신을 활용한 공중 공격. 하지만 판 할 감독은 정반대로 생각했다. 장신 공격수 베르호스트의 머리가 아닌 발을 이용한 것이다.

맥앨리스터가 예상을 깨고 높은 크로스가 아닌 땅볼 패스로 공을 문전으로 넣었다. 문전에 자리를 잡고 있던 베르호스트는 왼발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골네트를 갈랐다. 상대의 허를 완벽히 찌르는 멋진 전략이었다. 2-2 동점. 경기를 바로 끝났다. 네덜란드는 환호했고, 아르헨티나는 허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명장은 아르헨티나를 넘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명장은 마지막까지도 빛났다. 어떤 누가, 자신에게 온 마지막 기회를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겠는가. 판 할 감독다웠다. 명장이기에 가능했던 전술이었다. 명장은 이제 네덜란드를 떠나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위대한 전략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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