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억, 프로 잔소리꾼' 때문에 울고 싶어요...상대 투수에게 아낌없이 조언하는 선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스리런 두 방으로 친정팀을 울렸던 230억 타자가 다음날 해당 투수에게 아낌없이 조언하는 훈훈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LG 트윈스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홈런 3방을 몰아치며 11-4로 승리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김현수가 있었다. 김현수는 3점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며 친정팀을 울린 승리의 주역이었다.

9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LG에서는 허도환과 김현수가 가장 먼저 나와 타격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볍게 스윙을 하던 김현수가 1루 더그아웃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1루 더그아웃에는 8일 경기 선발투수였던 최원준이 김현수를 보며 반갑에 인사하고 있었다.

김현수는 훈련을 잠시 멈추고 환한 미소와 함께 1루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먼저 김태형 감독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한 뒤 최원준과 악수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8일 경기에서 김현수는 1-1 동점인 3회 2사 1.2루에서 최원준의 초구를 받아쳐 우월 스리런 홈런(시즌 17호)을 쏘아 올렸고 이 홈런이 결승 홈런이 됐다.

김현수의 타격 비법이 궁금했던 최원준은 "현수형, 왜 이리 잘 쳐요?"라고 물으며 "다음번에는 살살해주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김현수는 "내가 살살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즐겁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최원준의 약점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김현수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두산에서 뛰며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현수가 탄생했다고 봐도 된다. 그래서 친정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비록 지금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평소 두산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거침없는 잔소리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도 최원준의 질문에 진심 어린 답변으로 도움을 줬던 것이다.

한편 LG는 올 시즌 지긋지긋했던 '곰 공포증'에서 벗어났다. 과거 LG는 중요한 순간마다 두산에 발목을 잡혀 고개를 떨궜다. 2015년 8승 8패로 팽팽히 맞선 이후 2016년 7승 9패, 2017년 6승 1무 9패로 밀렸다. 특히 2018년에는 1승 15패라는 굴욕을 당했다. 그리고 2019년 6승 10패, 2020년 6승 1무 9패로 라이벌이 아닌 천적 관계에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해 6승 3무 7패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올 시즌은 7승 4패로 앞서나가고 있다.

[친정팀 두산 최원준에게 아낌없는 조언은 해준 LG 김현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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