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50km 외인, 9년 만에 '제로퀵'…실패한 日 시절과 판박이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글렌 스파크맨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었던 때와 상당히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스파크맨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6차전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실점(6자책)을 기록한 뒤 강판됐다. 일명 '제로퀵(아웃카운트 제로+퀵후크)'.

좋지 않은 쪽으로 롯데 '최초'의 역사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4실점 이상을 기록한 롯데 선수는 총 8명. 스파크맨은 최다 실점의 '불명예' 기록을 썼다. 이는 KBO 전체를 놓고 봐도 공동 2위에 해당되는 '수모'였다. 롯데 선수로 가장 최근 '제로퀵' 사례는 지난 2013년 7월 13일 이재곤이 0이닝 2실점(2자책)으로 강판된 이후 무려 약 9년 만에 일어난 대참사였다.

스파크맨은 1회 시작부터 조용호와 김민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황재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박병호에게 초구 138km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그랜드슬램을 허용했다. 실점 이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며 만뤼 위기를 자초, 김병희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헌납한 뒤 강판됐다. 롯데 벤치는 서준원을 투입해 무사 만루 위기를 1점으로 막아냈지만, 초반부터 기울어진 승기를 되돌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최고 구속은 150km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15구)와 볼(14구) 비율은 거의 1:1에 달할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롯데는 시즌에 앞서 스파크맨과 총액 80만 달러(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2경기(26선발) 4승 14패 평균자책점 5.99로 부진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101경기 23승 19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88로 좋았던 만큼 큰 기대를 걸었다. 2021년 롯데에서 뛰었던 앤더슨 프랑코보다는 '두수 위'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2021년 오릭스에서 실패를 겪었던 모습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다. 스파크맨은 일본에서 뛰었던 시기에도 비자 발급 지연으로 팀 합류가 늦어졌고, 부상으로 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일본 시절 6이닝을 던진 기록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4이닝 2회, 5이닝 1회가 고작이었다. 불펜 성적도 처참했다.

KBO리그에서도 비슷하다. 스파크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입국이 지연됐고, 시뮬레이션 게임 중 왼쪽 옆구리 과긴장 증세로 공백기를 가졌다. "부상이 심하지 않다"고 발표한 롯데는 시간을 주고 기다렸다. 하지만 매 등판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LG전(3⅔이닝 3실점)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로 부진했다고 하지만, 1군 합류 이후에는 단 한 번도 6이닝을 던지지 못한 모습 또한 흡사하다.

지난 시즌 뛰었던 프랑코도 4월 5번의 등판 중 3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현재의 스파크맨은 프랑코보다 못하다. 물론 반등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번의 등판만 놓고 보면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 프런트의 고심이 깊어진다.

[롯데 자이언츠 글렌 스파크맨.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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