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제자들의 일탈에도 감독은 회피가 먼저 "질문 안하셨으면" [MD현장]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술자리 파문'이 터진 뒤 홍원기(48) 키움 감독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섰다. 그러나 감독의 입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은 "질문을 안 해주셨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키움 한현희(28)와 안우진(24)은 원정 숙소에서 무단 이탈, 서울 강남의 한 호텔방에서 은퇴선수 1명, 외부인 2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와중에 한화 윤대경(27), 주현상(29)과 6분간 동석하면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라는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말았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36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부과했다. 1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한화 선수 2명보다 징계 수위가 셌던 이유는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한 점이 참고됐다.

그렇다고 키움 선수단의 시계가 멈출 수는 없다. 키움은 25일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을 통해 후반기 대비에 나섰다. 홍원기 감독도 경기 전 기자단 인터뷰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현희와 안우진의 이탈로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홍원기 감독은 "오늘(25일)은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니까 그 질문은 안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나중에 팀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더이상 사건과 관련된 코멘트는 없었다. 이미 키움이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차원에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공식석상에 나타난 감독에게서는 사과를 하려는 제스처조차 볼 수 없었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 2명은 수원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해 서울 강남까지 건너가 방역수칙까지 위반하면서 술판을 벌였다. 물론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선수단 관리를 소홀히 한 감독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참고로 홍원기 감독은 키움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선수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팀도 개인방역에 더 신경 쓸 것이다. 선수들은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위치"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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