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프랑스 여자', 쉼이 되어준 영화…앞으로의 방향성 잡혔죠"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배우 김지영(46)이 영화 '프랑스 여자(감독 김희정)'를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김지영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들과 함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화사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등장한 김지영은 16일 종영한 SBS '굿캐스팅(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 이야기를 이어감과 동시에 지난 4일 개봉한 '프랑스 여자'에 대한 감상도 이어갔다.

'프랑스 여자'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로, 김지영은 배우 김호정, 류아벨, 김영민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프랑스 여자'를 촬영하는 동안 제가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일들이 차분히 정리가 되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하면서 요 근래 몇 년 간의 고민들이 정리가 됐어요. 이건 재작년에 찍은 건데, 코로나19가 사태가 일어나고 보니까 더 의미가 크게 다가왔죠. 영화 속에서 파리 테러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나와요. 언젠가 저도 저런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세계적인 위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변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이어 김지영은 '프랑스 여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김호정 때문이라고 말하며 무한 팬심을 드러냈다. 연극배우로 활동했을 때부터 존경했던 선배라고. 또 그러면서 김지영은 김호정, 류아벨과의 호흡에 대해 "나는 인복이 많은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호정 선배는 연극할 때부터 너무 존경했던 선배예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같이 특별출연으로 나와서 현장에서 만나 뵙고 인사를 하기도 했죠. 류아벨 씨는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정말 독특한 친구예요. 날 것의 매력이랄까…가끔 당황시키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정말 솔직히 드러내요.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의 세 여자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깨달아가는 시간이 굉장히 값지게 다가왔어요. 작품 안에서 깨닫는 게 많았고, 제가 인복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김지영의 말에 취재진들은 조심스럽게 "'프랑스 여자'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냐"고 질문했다. 어느덧 데뷔 25년 차가 된 김지영은 그동안의 작품 생활을 돌아보며, 비로소 쉼표를 찍은 듯 평온한 얼굴로 담담히 답을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저렇게 대처하는구나', '이렇게 해결하는구나'라는 걸 봤어요. 이제는 완전히 판도가 달라진 촬영 현장에서, 제가 주체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도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될 것 같은 생활을 사실 지속해 왔어요. 작품 색도 점점 변하고 다양해지고, 올라오는 젊은 세대들과 같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작품을 영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또 '부모로서 어떻게 해줄까', '부모가 점점 더 자식에게 기대게 되는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정리가 안됐는데, '굿캐스팅'과 '프랑스 여자'를 지나오면서 그런 것들이 저만의 방식으로 정리가 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나는 이런 방향을 가면 되지 않을까, 방향성이 잡혔어요."

어느덧 100개가 넘는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쉬지 않고 걸어온 김지영에게, 또 일종의 터닝포인트 지점을 지나고 있는 김지영에게, 앞으로의 25년은 어떻게 펼쳐지길 바랄까.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요. 25년 했다고 해서 할 만큼 한 게 아니라,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작품의 종류와 연기 스타일이 더 많아져요. 이제는 장르를 고민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작품의 작가님과 감독님 이야기에 오롯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해요. 이건 분명해요. 젊었을 땐 해내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어떤 역할을 하든 방향성을 같이 하는 거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기도 해요 제 연기를 보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 있구나' 그런 마음을 잠깐이나마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끝으로 김지영은 관객의 입장으로 돌아가 '프랑스 여자'에 대한 솔직한 평을 남기며 여운을 전했다.

"저에게 '프랑스 여자'는 쉼이 되어준 영화에요. 촬영을 하고 영화가 나올 때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인생이 정리가 됐어요. 보통 관객분들이 영화를 볼 때 개연성을 찾는데, 우리는 그림 감상하듯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내려놓고 하염없이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퍼즐이 맞춰지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죠. 나중엔 그림을 보는 것처럼 넋 놓고 바라봤어요. 눈물이 너무 났죠. 딱히 슬픈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의 의지와 뜻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 인간의 몸부림이, 애처롭고 안쓰럽지만 처연한 아름다움에 있다는 걸 느껴요. '이래서 인생이란 게 아름답구나', '삶에 대한 애착이란 게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장소 = UPPER WEST]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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