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몸 상태, KCC 시즌초반 위기모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했다."

KCC는 올 시즌에도 우승후보다. 허버트 힐 대신 리오 라이온스, 김태술 대신 이현민이 입단했다. 앞선에서의 수비력이 좋은 김태홍이 FA로 동부로 떠났다. 그러나 하승진 백업으로 주태수를 영입했다. 주축 멤버들이 건재하다. 전체적인 전력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다.

그러나 22일 오리온과의 개막전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안드레 에밋과 리오 라이온스의 시너지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추승균 감독은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했다"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볼 없는 움직임이 돋보이지 않았다. 에밋의 무리한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오리온 특유의 얼리오펜스에 당했다.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에밋은 사타구니가 조금 좋지 않다. 추 감독은 "예민한 부위"라고 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스텝에 이은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에밋은 스텝을 놓는 기술이 좋다. 슛 타이밍도 불규칙적이다. 191cm지만 그의 돌파를 쉽게 제어하기 힘든 이유다.

그러나 하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으면서 특유의 위력이 반감됐다. 매치업 상대 애런 헤인즈의 수비도 강력했다. 결국 성급한 슛 셀렉션으로 상대의 역습 빌미를 제공했다. 추승균 감독도 "무리하게 슛을 던진 뒤 속공을 허용했고, 스코어가 벌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에밋이 본 궤도로 올라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하다. 물론 능력이 검증된 특급 외국선수다. 추 감독도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하승진과 전태풍도 좋지 않다. 추 감독은 "팀 훈련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하승진은 발목부상으로 이달 초 아시아 챔피언십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전태풍은 프로아마최강전서 안면에 부상했고, 이후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팀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지 못했다. 세 사람의 야투성공률이 부진했던 건 부상과 훈련량 부족으로 몸 밸런스가 좋지 않다는 증거다. 결국 추 감독은 하승진(14분45초)과 전태풍(17분9초)의 출전시간 조절에 주력했다.

문제는 KCC의 전력구조다. 다른 팀들도 그렇지만, KCC도 주축들과 백업의 경기력 차이가 작지 않다. 특히 에밋과 하승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들을 완벽히 대체하는 카드는 없다. 백업 빅맨으로 영입한 주태수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부상으로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다. 고졸 2년차 송교창은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추 감독조차 "올 시즌에도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슛, 리바운드, 패스 등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김민구, 김지후, 김효범, 신명호 등 공격과 수비에 각각 강점이 있는 롤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러나 승부처서 이들의 효율적인 출전시간 분배가 쉽지 않은 약점도 있다. 지난 시즌 오리온과의 챔피언결정전서 드러났던 부분.

결국 에밋과 전태풍, 하승진에 대한 의존도는 올 시즌에도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몸 상태가 천천히 올라온다면 시즌 초반 어느 정도의 고전이 불가피하다. 위기라면 위기다. 시즌 초반에는 어떻게든 연패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게 중요하다. 물론 기본 전력이 좋아 어느 정도 버텨낼 역량은 있다.

KCC는 과거 '슬로우스타터'라는 수식어로 유명했다. 부상자가 많았다.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시즌 초반 부진을 막판 스퍼트로 극복하는 저력 또한 대단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오리온, KGC 등 만만찮은 전력을 지닌 팀이 많다. 초반에 치고 올라가지 못하면 중반 이후 상위권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KCC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대부분 핵심 선수가 건강했다.

[하승진(위), 에밋(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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