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3시즌째' 경희대 빅3, 또 엇갈리는 희비쌍곡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의 희비쌍곡선이 또 엇갈린다.

2013년 가을, '경희대 빅3'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나란히 KBL에 입성했다. 이들은 경희대를 대학농구 최강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일찌감치 프로 즉시전력감으로 꼽혔고, 전체 1~3순위로 LG, KCC, 동부에 입단했다. 이들은 농구관계자들의 기대대로 입단하자마자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KBL에서 세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각 팀과 KBL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세 사람의 희비쌍곡선은 지속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데뷔 첫 시즌만 해도 김종규와 김민구가 많은 주목을 받았고, 두경민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에 김민구가 음주교통사고로 개점휴업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즌. 김민구가 부활 기지개를 켜고 있고, 두경민은 리그 최고수준의 가드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김종규는 다소 주춤하다.

▲주춤한 김종규

김종규는 올 시즌 개인기록은 지난 시즌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 시즌 11.95점서 올 시즌 12.7점으로 올라갔다. 리바운드도 5.6개서 6.4개, 어시스트도 1.4개서 2.8개, 블록슛도 0.79개서 0.92개로 상승했다. 그러나 출전시간이 평균 27분22초서 33분19초로 올라간 걸 감안하면 극적인 상승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데뷔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에 비해 올 시즌 약간 정체된 느낌이 있다.

데뷔 직후부터 심혈을 기울였던 중거리슛은 매우 좋아졌다. 최근 수비수들은 김종규의 중거리슛을 적극적으로 견제한다. 그런데 한 농구관계자는 "중거리슛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오히려 골밑 몸싸움을 기피하는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김종규는 본래 몸싸움에 강점이 있는 빅맨은 아니다. 김 감독도 "쉼 없이 달려오면서 힘든 기색도 있고, 힘을 쓰는 요령도 부족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중거리슛을 장착하면서 골밑을 길렌워터에게 내주고 외곽을 오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김 감독은 "중거리슛을 연마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기본 무대는 골밑"이라고 분명하게 짚었다. 김종규와 길렌워터 모두 골밑에서 버텨내는 능력과 적극성이 최상급이 아니다. 때문에 LG는 골밑이 강한 팀들에 고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하나. 김 감독은 "수비수를 붙여놓은 상황서 대처능력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어시스트를 하거나, 공간을 활용하는 부분이 아직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LG에는 김시래처럼 패스능력이 좋은 가드가 없다. 내, 외곽에서 수비수 1명을 끌고 다녔던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도 없다. 김종규는 상대적으로 견제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트업 등 1대1 공격 테크닉이 눈에 띄지 않는다. 김진 감독도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시즌"이라고 했다.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LG 전력상 그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좀 더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김종규는 26일 동부전서 골밑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며 23점을 올렸다.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고무적이었다. 김종규는 성실하고, 진지하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크다.

▲재기 노리는 김민구

김민구는 데뷔 첫 시즌 벼락같은 돌파, 수비수를 달고 던지는 3점슛, 센스 있는 패스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승부처에서 놀라운 결정력을 바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KBL에 미친 파급력만 따지면 김종규보다 한 수 위였다. 국제용 가능성도 인정 받았다. 2013년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 필리핀과의 준결승전 맹활약은 김민구 농구인생의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이후는 알려진 대로 굴곡의 연속이다. 대표팀 외박일에 음주교통사고로 고관절과 발목을 크게 다쳤다. 농구 팬들의 비난(KCC의 깔끔하지 않은 대처로 비난 강도가 셌다. 당연했다)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샀다. 결국 김민구는 프로 두 번째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나름대로 재활에 매진했지만, 그의 농구인생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했다.

그러나 세 번째 시즌. 김민구는 기적처럼 재기하고 있다. 봉사활동 미이수 상태에서 개막전 출전을 강행,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봉사활동 이수와 동시에 D리그 출전을 통해 서서히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더니, 최근 조금씩 1군에서도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음주사고에 대해선 여전히 페널티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농구선수로서의 김민구 재능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발목을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보조기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돌파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특유의 해결사 기질도 여전하다. 16일 KGC전, 26일 삼성전서는 11점, 9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그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재기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기량발전상 후보 두경민

두경민의 성장은 극적이다. 그는 처음부터 김종규, 김민구보다 약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데뷔 첫 시즌부터 승승장구했던 김종규, 김민구에 비해 더딘 프로적응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드리블이 길고, 슈팅력에 기복이 있으며,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서 팀 공격밸런스를 깨고 겉도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두경민은 성장 굴곡이 있는 김종규, 김민구와는 달리 지난 시즌과 올 시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록만 봐도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두경민은 경기당 평균 7.96점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12.00점으로 올라갔다. 어시스트도 2.2개서 3.4개, 스틸도 0.7개서 1.6개, 리바운드도 2.1개서 2.4개로 올라갔다. 출전시간이 22분25초서 31분9초로 크게 늘어난 걸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닌 듯하지만, 실전서 두경민의 플레이는 데뷔 초창기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다. 드리블을 오래하지 않고 간결하게 볼을 처리한다. 승부처에서 올리는 득점의 순도도 높다. 발전된 개인기량을 발휘하는 동시에 팀 농구도 충실히 이행한다. 1번과 2번으로서의 능력을 균등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두경민의 성장으로 동부는 과거의 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했다.

결국 두경민은 반전을 일궈냈다. 팀 1년 후배 허웅, 임동섭(삼성) 김기윤(KGC) 전준범(모비스) 등과 함께 올 시즌 기량발전상 후보로 꼽힌다. 이제는 농구관계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는 톱 클래스급 가드다. 여전히 향상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올 시즌 활약 순도만 놓고 보면 경희대 빅3 중 단연 최고다. 상대적으로 주춤한 김종규, 혹독한 시련을 겪는 김민구와 대조된다.

프로 세 번째 시즌인데도 경희대 출신 빅3의 희비쌍곡선은 변화가 심했다. 여전히 그들은 매력적이다. 그리고 농구를 할 날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지금의 희비쌍곡선이 언제 어떻게 요동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김종규(위), 김민구(가운데), 두경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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