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김구라가 증명한 대상후보의 품격 [MBC방송연예대상]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공황장애와 이후 알려진 개인사, 이를 딛고 시상식장에 등장한 개그맨 김구라에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입을 연 그의 한 마디. "다 자업자득이죠."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열린 2014 MBC방송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은 '무한도전'의 개그맨 유재석이 차지했다. 67만7183표 중 44만2458표란 압도적인 득표와 "'무한도전'에 모든 인생을 걸겠다"는 감동적인 소감, 분명 이날의 주인공은 유재석이었지만 그 못지않게 이목을 집중시킨 존재는 김구라였다.

당초 생방송 출연 여부마저 불투명하던 그는 "사실은 힘든 분들이 많은데 혼자 유난을 떤 것 같아 죄송하다. 자업자득이다. 건강하지 못한 모습 너무 죄송하다. 연말을 맞아 여러분의 가정이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마음의 병을 얻게 한 혹독한 현실마저 자신의 캐릭터와 연결해 개그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이어 "오늘 대상후보 중 본인보다 표가 적을 것 같은 후보는 누구냐?"는 MC 김성주의 질문에도 김구라는 "지금 내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특유의 시니컬한 답변으로 시청자를 폭소케 했다.

뮤직·토크쇼 부문 특별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뒤 김구라는 조금 더 깊은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내게 방송계의 선배이자 공황장애계의 선배인 이경규가 문자를 보내줬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거운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더라. 내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세바퀴', '라디오스타'는 내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물론 녹화는 4시간 안으로 끝이 나야 힐링이 되는 거지만…"며 입을 열었다.

김구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정말 피곤한 연예인을 만나서 항상 수습하느라 바쁜 소속사 사람들과 내가 크게 호강도 못시켜드리는데 내 걱정에 뒤늦게 종교도 가지고 항상 기도 하는 어머니, 하늘에서 나 때문에 편히 못 쉴 아버지, 또 남다른 부모를 둬서 고생하는 A.K.A MC그리 동현아, 턴업(turn up)!"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끝으로 김구라는 "우여곡절 속에 내가 얻은 작은 깨달음은 항상 겸손해야하고, 그러나 방송만큼은 내 효용가치에 맞게 내 식대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소감을 마쳤다. 사랑과 비판을 함께 받는 독설가 MC로서의 고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들의 꿈을 지지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들이었다.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마음의 병을 품고도 그의 '효용가치' 다운 독설가의 태도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김구라의 모습은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왜 그가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개그맨 김구라. 사진 = M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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