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강한 ML 도전 의지와 냉정했던 현실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현실은 역시 냉정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전하고 있는 양현종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이지만 그가 받아들인 자신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그동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투수에게 큰 모험을 하지 않았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양현종의 포스팅 최고응찰액을 통보했다. KBO는 곧바로 KIA에 이를 전달했다. KIA와 양현종 측은 포스팅 금액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KIA에 “미국 진출 도전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23일 광주에서 구단 실무책임자가 양현종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최고응찰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새벽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양현종에게 최고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로 알려졌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 세인트폴 파이오니어 프레스의 미네소타 구단 담당기자 마이크 베라르디노는 “22일 마감된 양현종의 포스팅에서 미네소타가 승리했다”며 “구단의 국제 스카우트가 거의 성사단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70승 92패를 기록하며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KIA는 당초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최고응찰액과 구단을 발표하고 양현종의 미국 진출을 적극 도울 예정이었다. 다만 KIA는 “구단과 선수에게 모두 상식적인 수준의 포스팅 응찰액이어야 진출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리고 포스팅 금액이 예상보다 적은 금액으로 알려지면서 KIA는 고민에 빠졌었다.

당초 김광현에 미해 미국 현지 언론에서 우수한 투수로 평가받으며 양현종의 포스팅 금액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냉정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투수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다.

이제 관건은 KIA의 포스팅 수용 여부다. 일단 KIA는 양현종의 생각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현종에 앞서 포스팅 절차를 마치고 샌디에이고와 입단 협상을 갖고 있는 김광현처럼 선수의 해외진출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KIA가 이를 꺽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포스팅 금액이 낮기 때문에 입단 협상에서 양현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망만 할 수는 없다. 이제 입단 협상은 온전히 에이전트의 몫이 됐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예상보다 낮은 포스팅 금액을 받으며 선수와 구단 모두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양현종과 김광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미국으로 가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도전’을 택했다.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도전을 택한 양현종은 일단 시작이 좋지 않다. 하지만 선수의 능력도 발전 가능성이 높고 아직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실망만 하고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올해 비록 평균자책점이 후반기 들어 치솟기는 했지만 전반기만큼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향후 미네소타 4~5선발 경쟁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8시즌 활약하며 통산 62승 42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한 양현종. 너무나도 차가운 현실을 경험한 그가 앞으로 어떤 선택과 도전의 결과를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양현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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