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9위 수모' 한화, 마운드 보강 없이 도약 없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다사다난했던 한화 이글스의 2014시즌이 끝났다. 49승 77패 2무. 3년 연속 최하위다. 마지막 자존심인 50승도 못 채웠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시즌(2011년, 공동 6위)을 제외하면 꾸준히 순위표 가장 낮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지난해 42승 1무 85패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첫 9위 팀의 불명예를 안았다. 개막 13연패에 빠지는 등 시작부터 삐걱댔다. 그나마 변명거리는 있었다. 국내 무대 7시즌 통산 99승을 따낸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은퇴했다. 선발 요원 양훈도 경찰청에 입대했다. 쓸만한 투수들이 죄다 빠져나갔으니 전력 약화는 뻔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정근우(4년 70억원)와 이용규(4년 67억원)를 붙잡았다. 한화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뛰는 야구와 센터라인, 수비 강화는 물론 타선에 힘을 실어줄 최적의 카드였다.

내부 FA 한상훈(4년 13억원), 박정진(2년 8억원), 이대수(4년 20억원, 현 SK)도 잔류시켰다. 윤규진과 안영명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력 약화는 고사하고 플러스 요인만 가득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따냈던 앤드류 앨버스와 케일럽 클레이,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도 가세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결산하며 "짜임새가 생겼다"며 반색했다. 전력 약화 요인은 없었다. 2007년 이후 7년 만에 4강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톱니바퀴가 전혀 맞지 않았다. 특히 마운드 붕괴가 심각했다. 6. 35의 팀 평균자책점은 1982년 원년 최하위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6.23을 넘어 역대 최악이다. 평균자책점 4.00 미만인 투수가 아무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김광수와 윤기호의 평균자책점이 '0'으로 찍히는데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실점한 결과다.

팀내 최다승 투수는 나란히 7승을 올린 이태양(5.29)과 윤규진(4.63), 안영명(4.52)인데 이들 모두 평균자책점은 4점대가 넘는다. 팀 내 평균자책점 1위는 유창식(4.14)인데, 그 또한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 계투진이 무너지면서 역전패하기 일쑤였고, 마무리 자리도 송창식을 시작으로 김혁민, 최영환, 윤규진 등이 돌아가며 맡았다. 지난 6월 15일 LG 트윈스에 8위 자리를 내준 이후 단 한 번도 9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앨버스(6승 13패 평균자책점 5.89)와 클레이(퇴출, 3승 4패 8.33), 라이언 타투스코(2승 6패 7.07)의 성적을 합산하면 11승 20패 평균자책점 6.55가 나온다. 한 명이 아닌 이들 셋의 합산 성적이다. 월등한 활약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팀에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 클레이의 대체자로 합류한 타투스코는 인성과 적극성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실전에서는 아쉬움만 남겼다. 실패였다. 퀄리티스타트 14회(토종 3위)를 기록한 이태양의 활약이 없었다면 선발 실험만 하다 한 시즌이 끝날 뻔했다.

팀 타율은 2할 8푼 3리로 리그 7위였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기록한 타율치곤 기대 이하였다. 다이너마이트 타선 부활을 꿈꿨기에 더욱 그렇다. 김태균과 피에, 송광민, 김경언이 3할대 타율로 제 몫을 해줬다. 김태균과 피에는 꾸준했고, 송광민과 김경언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타격을 보여줬다. 정근우는 2할 9푼 5리, 이용규는 2할 8푼 8리를 기록했다.

정근우는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모두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이용규도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뽐냈지만 수비로는 단 한 번도 나서지 못한 채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다. 시즌 초반 빠른 복귀가 오히려 독이 됐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외부 FA 영입과 내부 FA 잔류에 총 178억원을 썼지만 4강은커녕 최하위도 벗어나지 못했다.

잠시였지만 8월 한 달간 팀 승률 2위에 오르며 8월 23일 당시 4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를 5경기까지 줄였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혹자는 '마약 야구'라고 했다. 실낱같은 4강 희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5연패를 당하며 4강 꿈은 완전히 물 건너갔고, 12일 롯데전 패배로 탈꼴찌 희망마저 사라졌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2승 10패(승률 0.167)로 무너졌다. 5연패 후 2승, 그리고 또다시 5연패를 반복했다. 마무리가 아쉬웠다. 10월 팀 타율(0.234), 평균자책점(8.70) 모두 최악이었다.

이미 시즌은 끝났다. 마냥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군에서 제대한 양훈과 오준혁은 일찌감치 교육리그에 참가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민수와 박준혁, 황영국은 경찰청 입대 신청서를 냈다. 차기 감독 선임을 매듭짓고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훈련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최근 6년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지난 2년간 실패했던 마운드가 확실히 보강되지 않으면 하위권 탈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3일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단이 팬들에게 인사하며 내건 현수막에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음 시즌 진짜 잘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시 0-18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한 점 냈다고 눈물 흘리며 박수 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팬들의 모습을 잊어선 안 된다. 보고 느껴야 한다. 한 야구인은 "그래도 올해 한화는 지난 몇 년간과 견줘 어느 정도 팀의 구색이 갖춰진 모양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실패로 팽배해진 패배의식을 떨쳐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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