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을 위한 변명, KBL 적응력 업그레이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현에겐 아쉬운 탈락이다.

대학용이 아닌 국제용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많이 좋아졌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도 인정했다. “저런 선수를 뽑지 않으면 내가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란 말도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승현을 22일 용인 모비스 체육관에서 재개된 대표팀 훈련에 부르지 않았다. 이승현은 현재 대표팀 13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그에게 칭찬을 하는 농구관계자는 유 감독 외에도 많았다. “농구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부터 “독하다”라는 극찬세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뉴질랜드와의 원정 평가전 3경기서 이승현이 보여준 건 별로 없었다. 유 감독은 “전혀 움직이질 못하더라”고 했다. 제대로 된 스파링파트너를 만나면서 3번과 4~5번의 체격, 기능적인 차이, 적응의 문제가 겹치면서 팀 공헌도가 뚝 떨어졌다.

▲ 쉽지 않은 빅맨의 포워드화

이승현 사이즈는 197cm, 109kg. 용산고 시절까지 센터를 봤으나 고려대 입학 이후 4번 파워포워드로 활약했다. 어렸을 때 유도를 한 터라 타고난 힘은 장사. 대학 무대서는 4~5번을 오가며 활약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무대가 업그레이드 됐다. 변화가 필요했다. 사실 이승현 정도의 키로 국제대회서 정통 4~5번을 소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파워는 몰라도 신장이 작다.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3번 변신이 필요했다. 이승현은 유 감독의 주문에 따라 3점슛을 장착했다. 수비 범위도 상당히 넓혔다. 상당 부분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효과를 본 상대가 변변치 않았다. 수준이 떨어진 대학이 대거 참가했던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대표팀 자체 연습, 대학리그 등에서 확인한 게 전부였다. 변별력이 떨어졌다.

FIBA 랭킹 19위 뉴질랜드를 상대했다. 그러자 정확한 진단이 내려졌다. 수비에서의 미세한 움직임이 부족했다. 3점슛을 장착했지만, 외곽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공격 테크닉이 부족했다. 결국 3점슛을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다. 국내에선 통했지만,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신장, 힘, 테크닉을 지닌 뉴질랜드를 상대로 한계를 맛봤다. 근본적으로 포지션 변경과 파괴는 단기간에 성공하기 어렵다. 큰 틀에서 보면, 최진수와 장재석의 대표팀 탈락도 비슷한 맥락.

▲ KBL 적응을 위한 과정

이승현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단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남아있다. 22일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하승진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곧바로 열외됐다. 지난 2년간 농구공을 잡지 않은 하승진은 아직 단체훈련을 소화할 만한 몸 상태가 아니다. 하승진이 대표팀서 완전히 제외될 경우 이승현의 재합류 가능성도 있다. 유 감독이 그 누구보다 이승현이 그동안 보여준 열정을 잘 알고 있다.

포커스를 스페인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에만 맞출 필요도 없다. 이승현은 향후 10년 이상 한국농구를 짊어질 자원.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일단 KBL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승현은 9월 열리는 신인드래프트 1순위를 예약한 상태다. 그런데 지난 시즌 도중부터 의외로 이승현의 KBL 적응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농구관계자가 더러 있었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했듯 어정쩡한 신장과 스피드다. 유 감독이 주문한 포지션 변경도 결국 이승현이 KBL서 살아남는 방법을 미리 제시한 것이었다. 물론 이승현의 농구센스와 열정은 좋다. 하지만, KBL도 대학과는 분명히 다르다. 일단 골밑은 외국인센터들이 득실댄다. 이승현의 사이즈와 테크닉으로 4~5번 외국인 빅맨들을 압도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승현의 KBL 적응을 우려한 사람들의 이유다. 외곽으로 나오면 KBL 특유의 조직적 스위치 디펜스와 트랩 등 각종 변형 수비를 상대해야 한다. 또 수비할 때는 그런 촘촘한 조직력에 녹아야 한다.

과거 대학시절 4~5번으로 날렸던 빅맨들도 KBL서 대부분 2~3번 변신을 시도했다. 결과가 좋지 않은 사례가 성공 사례보다 많았다. 전희철, 현주엽, 이규섭 등이 성공사례였는데, 그들 역시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요즘 대학선수들에 비해 기본적 공수 테크닉이 한 수 위였는데도 그랬다. 이승현도 분명히 그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 낙마 경험이 이승현에겐 또 한번 약이 됐다. 그가 올해 진화한 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대표팀 낙마 충격이 결정적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탈락과는 별개로 이승현의 변신은 헛되지 않았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오히려 다른 대학 빅맨들보다 성인농구, 국제무대서 적응하기 위한 준비와 시행착오를 미리 겪는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해석하면 KBL 적응은 오히려 더 쉬워질 수 있다.

이승현에겐 건강한 마인드와 열정이 있다. 대학 스케줄과 각종 대학레벨 국제대회 소화에 바빴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 3점슛을 장착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어정쩡한 트위너로 전락하는 KBL 토종 빅맨들만 봐도 그렇다. 여전히 이승현의 미래는 밝다. 지난 1년간의 진화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승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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