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호 뉴질랜드 전훈결산, 명확한 3대과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뉴질랜드 전지훈련이 끝났다.

남자농구대표팀으로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LA에 다녀온 뒤 4년만에 제대로 된 해외전지훈련. 기대가 컸다. 유재학 감독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압박과 무한 스위치, 여기서 심화된 변형 지역방어 등 세련된 수비농구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움츠러드는 몸싸움에 대한 습관과 의식 변화. 그리고 12인 최종엔트리 선정에 대한 힌트까지.

대표팀은 뉴질랜드와의 원정 평가전서 1승2패를 거뒀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과정이다. 1달 앞으로 다가온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2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서 전력을 100% 극대화하기 위한 중간점검. 3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대표팀은 분명히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몇 가지 과제를 남겼다.

▲ 몸싸움 약세에 대한 확실한 대처법

뉴질랜드와의 3경기를 살펴보면 모두 리바운드서 뒤졌다. 객관적 높이와 힘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 이후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왕자농구를 한다”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공을 향한 의지와 집념이 떨어졌다는 의미. 자신과 체격이 비슷하거나 약한 상대에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만, 반대의 경우 꼬리를 내리는 게 한국 선수들의 대체적 몸싸움 성향.

기본적 하드웨어서 밀리는 한국이 제공권서 대등한 결과를 내려면 적극적 몸싸움 외에는 답이 없다. 대표팀은 전원농구다. 주전이 따로 없다. 5파울을 의식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FIBA는 어지간한 몸싸움은 파울로 불지도 않는다. 국제무대서 제공권 약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몸싸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상대가 공을 편안하게 잡을 수 없게 해야 한다. 단순히 의지만 있어서 될 일도 아니다. 파울과 체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 요령을 잘 모르는 선수가 대부분. 코칭스태프 지도로 단기간에 나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남은시간 최대한 요령을 익혀야 한다. FIBA 랭킹 19위를 상대로 31위 한국이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 수비조직력 완성

대표팀 수비 기본 모토는 압박과 스위치. 특히 빅맨들이 적극적으로 외곽수비에 나서야 한다. 확실한 테크닉과 세밀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외곽에서 각종 부분전술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신 스몰 포워드들과 가드들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과 체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어려움이 있었다. KBL 방식에 젖은 국내 장신자들은 외곽수비 테크닉이 전혀 없었다. 또한, 비 시즌인데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가 많았다. 게임에 필요한 체력이 부족했다.

때문에 유재학 감독은 아쉬움을 호소했다. 기본적으로 톱니바퀴 스위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변형 지역수비는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유 감독이 고안한 1-3-1 지역수비의 경우 가드가 3의 꼭지점을 맡아 다양한 지점으로 도움 수비를 가는 시스템. 4~5번 장신자들은 골밑과 45도 지역서 유기적으로 스위치 혹은 트랩하며 상대 공격을 무력화한다. 앞선 수비의 강점을 살리고 취약지구 코너 수비를 보완하는 전술. 이 전술의 기본이 강한 체력과 무한 스위치다.

뉴질랜드와의 3경기서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유 감독은 이 수비를 비롯한 각종 변형 수비전술을 길게 쓰지 않았다. 전력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아직 기본적 수비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향후 대만,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통해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잔여 평가전서는 변형 수비전술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 스파링파트너가 없으면 완성도를 점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문태종 의존도 낮추기

대표팀은 뉴질랜드와의 3경기서 승부처만 되면 문태종을 찾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과거 문태종이 참가했던 국제대회서도 그랬다. 유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한국농구 특수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비하다 지친 선수들이 공격에서 문태종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다. 유 감독은 뉴질랜드에 떠나기 전 진천선수촌에서 기본적 프리랜스 오펜스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훈련을 지도했다. 단순했지만, 답은 여기에 있다. 문태종을 제외하면 국제무대서 수비수를 확실하게 누를만한 테크닉을 갖고 있는 선수가 없다. 전원이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확률 높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양궁농구 한계는 예전에 확인했다.

수비와 마찬가지로, 아직 습관 정착이 되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다급할 땐 또 문태종을 찾을 것이다. 좀 더 침착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농구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 이젠 수비 못지 않게 공격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뉴질랜드서 가능성과 숙제를 안고 돌아온 남자농구대표팀. 앞으로 더욱 바빠지게 됐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남자농구대표팀(위), 뉴질랜드 평가전 장면(가운데, 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