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내려놨다. '허슬두' 팀컬러 재건을 위해 힘썼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팀 성적이다. 2일 기준 두산은 23승 3무 32패 리그 9위로 쳐졌다. 최근 10경기서 4승 1무 5패다. 지난 5월 31일~6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홀로 2할대 승률에 머무르는 키움이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경기력은 아쉬웠다. 두산은 이틀 연속 0-1 패배를 당했다. 이틀간 남긴 잔루만 7개와 12개로 도합 19개다. 득점권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두산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단어는 '허슬두'다. 두산은 날카로운 타격, 빠른 발, 철벽 수비로 대변되는 선수단을 꾸렸다.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경기를 물고 늘어져 상대 팀을 '질리게' 하는 경우가 잦았다. 두산의 경기력은 2015~2016년과 2019년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돌아왔다.
길었던 전성기도 끝이 났다. 2021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두산은 2022년 60승 2무 82패 승률 0.423을 기록, 리그 9위에 그쳤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새로운 리더로 이승엽 감독을 택했다. 두산은 2023년에 앞서 3년 총액은 18억 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에 이승엽 감독과 계약을 맺었다. 취임사에서 이승엽 감독은 기본기, 디테일, 그리고 팬을 언급했다. 기본기와 디테일은 '허슬두'의 기초다. 이승엽 감독은 "선수 시절 맞붙었던 두산은 탄탄한 기본과 디테일을 앞세워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던 팀이었다. 그 '허슬두'의 팀 컬러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감독 데뷔 시즌부터 올해까지 매년 '허슬두'를 강조했다. 2024시즌 마무리 캠프에서 "선수들을 잘 파악해서 내년에는 정말 완전체가 되는 두산 베어스를 보여드리고 싶다. 두산의 강한 모습, 왕조 시절을 생각하시는 허슬두, 절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2025시즌 시범경기에서도 "예전 두산처럼 빠르게 뛰어다니는 허슬 플레이가 조금씩 희석되는 상태"라며 "어린 선수들이 하나씩 나오면 예전의 모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얼굴을 찾는 데 실패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00타석을 넘긴 선수 중 WAR 1승을 넘긴 선수는 2024년 박준영(1.47승)과 2023년 박준영(1.34승), 2024년 김기연(1.16승), 2024년 이유찬(1.01승)까지 네 명에 불과하다. 다양한 자리에 선수들을 시험했지만, 주전급으로 도약하는 선수가 드물었다. 올해 오명진과 임종성을 발굴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이승엽 야구의 근간이던 불펜진이 올해 말을 듣지 않았고, 야수진의 노쇠화까지 겹치자 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갔다. 두산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3일 잠실 KIA전부터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선다. 차기 사령탑이 결정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는 확실하다. '허슬두' 팀컬러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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