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이 영화, 딱 김치피자탕수육 같다. 익숙한 한국적 정서에 유쾌한 히어로물의 재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대중성까지. 맛있는 것만 골라 다 넣었지만 과하지 않고,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나하나 개성까지 살아있으니 자꾸만 또 생각난다. 무엇보다, 맛있다.
영화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스윙키즈'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어딘가 부족한,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초능력자가 된다니. 조금은 뻔할 수 있는 설정에 '장기이식'이라는 카드가 더해졌다. 멋진 마법이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와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로, 단순한 기발함을 넘어 캐릭터 서사에 깊이까지 부여한다. 시작부터 관객이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이야기를 '땅에 발 붙이도록' 하는 건 캐릭터들이다. 어딘가 부족한 이들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팀을 이루고 빌런을 무찌른다. 이 과정은 답답하거나 진부하지 않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지닌 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위해 손을 내밀며 유쾌하게 뭉치며 '히어로'가 된다.
그래서 초능력을 다루지만 특별한 구원 서사도, 세계를 구하는 영웅도 없다.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인간적인 서사로 끌어내려지기에, 이들이 겪는 성장과 연대는 더욱 따뜻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진지함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선은 놓치지 않는 균형감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앙상블과 케미스트리가 단연 일품이다. 이재인은 덤덤한 애어른이면서도 사춘기 소녀인 완서의 폭넓은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한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안재홍이 웃음을 책임지고, 라미란과 김희원이 든든히 받쳐준다. 2인 1역을 소화한 신구와 박진영의 시너지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말맛 나는 대사와 재기 넘치는 유머도 탁월하다. 웃음을 노렸다면 '빵' 터지고, 툭 던졌다면 '킥킥' 웃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 웃음들이 불편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정신없이 웃느라 바쁠때면 선녀의 과거나 영춘의 사이비 행각 등 묵직한 이야기도 슬쩍 등장해 이야기의 무게를 더한다. 웃음과 서사의 균형이 멋들어진다.
만화적인 액션도 백미다. 짜릿하고 박진감 넘치며,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통쾌하다. 특히 완서와 영춘의 액션은 눈을 뗄 수 없다. 어마어마한 힘과 속도, 화려한 기술들이 펼쳐진다. 두 사람의 피지컬 차이가 있지만 대등한 초능력자들의 대결로 보인다. 매 장면마다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특히 포인트가 된다. 커다란 스크린과 훌륭한 사운드로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
몇몇 장면에서 다소 유치하거나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CG마저 '하이파이브'의 개성으로 흡수된다. '마블'처럼 완벽하고 매끈한 초능력을 기대했다면 꽤나 거리가 멀다. 하지만 조금은 유치하고 오글거려도 괜찮다면, '하이파이브'는 충분히 따스하고 유쾌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정갈하고 단정한 코스요리는 아니더라도, 때때로 생각나는 든든한 한 끼다.
치명적인 불호 요소라면 유아인일 터. 도저히 들어낼 신을 찾을 수 없고, 존재감을 무시할 수도 없다. 손가락을 탁탁 팅기는, 허세 가득한 기동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묵힌 시간이 무색하게 '하이파이브'는 지금도 따끈따끈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리즈물이 기대되기에.
오는 30일 개봉. 러닝타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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