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은행계 신규 가입자는 뚜렷한 증가세
SKT망 알뜰폰, 접속 장애·유심 품절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해킹 사태가 알뜰폰(MVNO) 시장에도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해킹 사고 이후,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 가입자는 반사이익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SKT망을 기반 알뜰폰 업체는 시스템 과부하와 유심 재고 부족 등 혼란에 휩싸였다.
SKT는 지난 18일, 유심 관리 서버가 해킹돼 일부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용자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통신사 변경 수요가 폭증했다.
실제로 28일 하루 동안 SKT에서 타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3만4132명으로, 평소 대비 약 170배 급증했다. 29일에도 3만명 이상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은 사고 이후 신규 가입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우리은행의 우리WON모바일 역시 유심 보호 서비스와 번호이동 방법을 문의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알뜰폰은 청소년과 청년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고, 알뜰폰 업체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해킹 사고 이후 KB리브모바일 신규 고객이 늘었다”며 “정확한 수치는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이즈모바일은 접속자가 폭주하며 공식 홈페이지가 일시 마비됐고, 현재는 임시 간이 사이트로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SK텔링크의 SK세븐모바일도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앱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알뜰폰은 공식 대리점을 운영하는 곳이 드물어 현장 교체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유심을 구매해야 한다. 가입 회사에 유심 배송을 신청하거나 유심을 판매하는 유통망에서 구입해야 한다.
유심 수요가 폭증한 탓에 배송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티플러스와 프리티모바일 등은 유심 교체 신청을 받고 있으나 고객에게 배송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안내를 하는 상황이다.
SK텔링크는 편의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유심을 공급하고 있으나, 이미 일부 채널에서는 유심 품절이 시작되면서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심을 구하기 위한 수요가 편의점으로 몰리면서, 알뜰폰·선불형 유심만을 판매하는 편의점 유통망도 주목받고 있다. 187만 명에 달하는 SKT 알뜰폰 가입자가 편의점에서 유심을 구매하면서 편의점 관련 매출도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CU는 SKT에서 유심 유출 의심 정황이 있다고 밝힌 22~27일부터 유심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주 대비 103.3% 신장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보안 사고가 단순히 한 통신사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고객 신뢰 회복은 물론, 알뜰폰 시장에서도 통신망 기반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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