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9연전의 '지옥일정'을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 '아픈손가락' 윤성빈이 과연 1군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까.
윤성빈은 29일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 2군과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투구수 90구, 2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1군에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최근 2군에서 야구계를 뜨겁게 달구는 인물이 있다. 바로 롯데의 윤성빈이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윤성빈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선수. 197cm의 훌륭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재능은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까지 탐낼 정도였다.
하지만 윤성빈은 현재 롯데의 '아픈손가락'이다. 지난 2018년 1군에서 18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단 세 번 밖에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까닭이다. 롯데는 그동안 윤성빈의 재능을 1군에서 활용해보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은 물론 일본 치바롯데 마린스에 연수를 보냈으나,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분명 위력적인 무기를 갖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들쭉날쭉한 제구다. 그동안 수많은 코치들이 윤성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의 투구폼에 손을 댔다. 그 결과 정작 제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투구폼도 자주 바뀌면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드디어 윤성빈이 뭔가를 깨달은 모양새다. 1군과 2군의 실력 차는 분명 크지만, 그래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2일 NC 다이노스 2군을 상대로 시즌 첫 등판에서 윤성빈은 1이닝 동안 1피안타(1피홈런) 4볼넷 3실점(3자책), 8일 고양 히어로즈전에서 2이닝 3볼넷 3실점(비자책)으로 부진했는데, 이후 투구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윤성빈은 5이닝 1피안타 2볼넷 10탈삼진으로 쾌투하며 시즌 첫 승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19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도 6이닝 1피안타 6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승을 달렸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제구 문제는 완벽하게 개선이 되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만 들어간다면 2군 선수들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공을 뿌리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29일 등판을 제외한 4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는 동안 윤성빈이 허용한 안타는 단 3개에 불과하다. 물론 제구가 들쭉날쭉한 탓에 칠 수 있는 볼과 없는 볼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겠지만, 적어도 수치만큼은 매우 인상적이다.
29일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윤성빈은 최고 156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섞어 던지며 LG 2군을 상대로 4⅓이닝 2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그 과정에서 삼진은 무려 10개에 달했다. 윤성빈은 1회 박관우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손용준과 함창건, 문정빈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KKK'로 경기를 시작했다.
윤성빈은 2회 이태훈과 김민수를 연속 삼진, 전경원을 2루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하더니, 3회에도 엄태경을 우익수 뜬공, 심규빈을 삼진, 손용준을 삼진 처리하며 '노히트' 투구를 선보였다. 4회 위기도 잘 넘어섰다. 선두타자 박관우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함창건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문정빈과 이태훈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어나온 김민수-전경원을 모두 삼진으로 요리했다.
아쉬운 것은 5회였다. 시작부터 엄태경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후속타자 심규빈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윤성빈은 대타 우정안을 삼진으로 묶어내며 '10K'를 완성했으나, 롯데 벤치의 판단은 교체.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2025년 1라운더' 김태현이 윤성빈의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4⅓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태형 감독은 2군 기록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공인구를 비롯해 모든 환경이 다른 까닭. 특히 2군에서도 들쭉날쭉한 제구는 '만원관중'이 들어찬 1군 무대에서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롯데를 포함한 10개 구단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29일부터 9연전의 '지옥 일정'을 시작한다. 중간에 휴일이 없는 만큼 각 팀은 6번째 선발 투수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45, 18⅓이닝 동안 무려 34개의 삼진을 솎아내고 있는 윤성빈의 기록은 테스트의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과연 롯데는 어떠한 선택을 내릴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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