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정원 기자]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죠."
지난 24일,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섰던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한 것.
표승주가 누구인가. 2010 KOVO 여자부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았다. 도로공사, GS칼텍스, IBK기업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국가대표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2024-2025시즌, 이소영의 FA 보상선수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보상선수로 팀을 옮겨 충격을 줬는데, 표승주의 정관장행은 구단에게도 선수 개인에게도 신의 한 수였다. 표승주는 2024-2025시즌 33경기 277점 공격 성공률 33.14% 리시브 효율 25.49%를 기록했다. 득점은 2020-2021시즌(267점) 이후 최저며, 리시브 효율은 2013-2014시즌(21.21%) 이후 가장 좋지 않았지만,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고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데뷔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영광을 누렸다. 비록 흥국생명의 벽에 막혀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의 플레이로 팬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런 표승주가 코트를 떠난다니 팬들도 아쉬움이 크다. FA 시장 문이 열릴 때부터 닫힐 때까지 여러 소문이 돌았다. 사실인 것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가 있다. 표승주를 2025-2026시즌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4일 저녁,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진 표승주는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와닿는 건 없다. 어찌 됐든 끝이 왔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 잊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나에게는 남편, 가정도 있기에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구단에 사인 앤 트레이드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여러 소문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이상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는 점이다"라고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물론 1년 쉬고 코트로 돌아올 수도 있다. 실업팀에서 뛰면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표승주는 "1년 쉬면 돌아가기 어렵다. 물론 1~2년은 더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이라며 "섭섭한 마음도 들고, 시원한 마음도 있다. 새로운 인생도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표승주는 미계약 소식이 전해진 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이제 저는 15년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여드리려 열심히 묵묵히 운동했다. 타 구단의 정확한 오퍼는 없었고, 원소속 구단(정관장)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라며 "선수 생활을 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남편, 나를 좋아하는 언니, 친구, 동생들 덕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첫 챔피언결정전에서 누구보다 간절했고 후회 없이 뜨겁게 싸웠다.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내가 잘하든 못하든 나에게 보내주신 응원과 마음들. 이 마음들 다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항상 넘쳤고 과분했다. 그게 나에게는 큰 힘이자 위로였다.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살아가다가 힘들면 또 떠올리겠다. 그러니 코트가 아닌 곳에서 살아갈 저도 따뜻하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안예림(정관장), 한송이, 김연경, 정호영(정관장), 김수지(흥국생명) 등 동료 배구 선수들은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며 표승주의 제2의 인생을 응원했다.
표승주는 V-리그 통산 기록은 424경기 3886점 공격 성공률 35.55% 리시브 효율 31.658%다.
이정원 기자 2garde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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