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보살인가' 벤치클리어링이 한 번인 게 다행일 정도, 끝나고도 '일촉즉발' 신경전...이겨도 웃지 못한 두산

사구(푸이그)→위협구(임지열)→위협구(카디네스)→위협구(푸이그)→사구(김재현)→사구(카디네스)→사구(양석환)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불안하기 그지없는 경기였다. 벤치클리어링이 한번 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원정 3연전 두 번째 경기서 8-2로 이기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승리한 팀의 표정이 아니었다. 특히 몇몇 선수들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키움 선수들을 노려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날 두산은 선발투수 김유성을 포함해 최준호, 이영하가 사구를 던졌다. 특히 김유성은 아찔한 상황을 여러 번 보여줬다. 그의 제구는 들쭉날쭉 그 이상이었고 얼굴로 향하는 위험한 투구도 3번이나 나왔다. 키움 타자들이 화를 내는 게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시작은 2회였다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푸이그가 김유성의 투구에 등을 맞았다. 커브가 손에서 빠지며 나온 사구였기에 이때만 해도 별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다음 타자 임지열에게 던진 150km 직구가 얼굴로 향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양의지와 양석환이 김유성 대신 사과하며 조용히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4회였다. 선두타자 카디네스에게 던진 150km 직구가 또다시 얼굴로 날아왔고 카디네스는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리고 최주환의 역전 투런포가 터진 뒤 타석에 등장한 푸이그의 머리 쪽으로 김유성의 148km 위협구가 날아들었다. 깜짝 놀라며 공을 피한 푸이그는 배트를 들고 김유성을 노려봤고 마운드 쪽으로 걸어갔다. 두산 양의지도 깜짝 놀라며 푸이그를 말렸고 고의가 아니라며 사과했다. 그 순간 양 팀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왔고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벤치 클리어링 이후 주심에게 빈볼성 투구 관련 경고를 받은 김유성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두산 후속 투수들의 제구 불안은 마찬가지였다. 김유성에 이어 등판한 최준호는 커브가 손에서 빠지며 김재현을 맞췄다. 그리고 7회 구원등판한 이영하는 153km 직구로 카디네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벌써 세 번의 사구와 얼굴로 향하는 세 번의 위협구를 당한 키움이었다. 추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가 9회 두산 양석환은 바뀐 투수 박주성의 초구에 맞았고 배트를 던지며 1루 베이스를 밟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추가 득점 없이 8-2 두산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고 일부 선수들은 노려보기도 했다. 양의지가 두 손 흔들며 말리지 않았더라면 경기 후 어떤 상황이 다시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제구가 좋은 투수도 아니고 고의가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150km가 넘는 빠른 공이 세 번이나 머리로 날아오고 옆구리를 때린다면 그 어떤 타자가 화가 나지 않을까. 많은 선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구에 위협구, 제구 불안이 부른 벤치 클리어링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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