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강원FC의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홈경기 개최지 문제로 구단과 춘천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는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강원FC ACLE 홈경기 개최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시즌 K리그1 2위를 차지한 강원은 지난 3월 전북 현대가 AFC 챔피언스리그2(ACL2)에서 탈락함에 따라 ACLE 출전이 확정됐다.
강원은 강원도 내에서 홈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했다. 지난 2022년 강릉시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K리그 10경기, 코리아컵, ACL 경기를 개최하기로 협약했다. 춘천시와는 K리그 9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강원은 협약에 따라 강릉 개최를 추진했지만, AFC 규정상 홈경기 개최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국제 공항의 거리 반경 200km 이내 △이동 거리 150분 이하 △하루 최소 4편의 비행기를 이용하는 공항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 규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사회를 개최한 구단은 춘천시에서 ACLE 경기를 개최하기로 타진했다. 춘천시마저 불가능하다면, 강원도 내에서 ACLE 홈경기를 개최할 장소가 없다. 춘천시는 지난 2일 경기장 시설 여건상 ACLE 홈경기 개최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줬다. 강원은 9일 춘천에서 개최 의사가 있다면, 구단에서 개최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강원은 15일 빠른 시일 내에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고 16일 양 측의 첫 회의가 열렸다. 이날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후 김병지 대표는 17일 기자회견을 개최, 성명서를 통해 강원FC의 입장을 전했다. 당시 김병지 대표는 춘천시의 개최 의지를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며, 다음 시즌 강원의 K리그 홈경기 춘천 개최 여부에 대해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춘천시가 김병지 대표의 성명서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밝혔으며, 강원 구단도 춘천시에 반박하며 맞대응했다.
다음은 춘천시의 입장문과 이에 대한 강원FC의 반박문 전문.
<춘천시의 입장>
1. 제안서 없이 회신만 요청한 강원FC
춘천시는 지난 3월 28일, 강원FC로부터 ACL 개최 의사를 회신해달라는 A4 한 장 분량의 문서를 받았다. 세부 계획이나 개최 제안서 없이 4월 2일까지 회신을 요청한 것은 성급하고 일방적인 요청이었다.
<강원FC의 입장>
1. 개최 의사 문의에 일방적으로 개최 불가라고 답한 춘천시
강원FC는 3월 28일 춘천시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춘천시에 부족한 시설은 인접 지역 지자체와 협의할 예정이다. 춘천시의 ACL 홈경기 개최 의사가 있으시다면 시와 구단이 함께 미비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개선된 내용을 토대로 AFC에 개최 가능 여부를 타진할 예정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단은 우선적으로 춘천시의 개최 의사를 묻은 것이고 해결 방안이 있다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물은 것이었다. 공문을 보내면서 실무 담당자에게 유선 통화를 통해서 충분히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공문을 보내면서 답변 시일을 명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다.
개최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면 실무 협의 등 세부 논의가 시작됐을 것이다. 하지만 춘천시는 4월 2일 공문을 통해 “송암스포츠타운 종합경기장은 2025/2026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개최를 위한 시설 여건상 ACL 홈경기 개최가 불가함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개최 의사가 있다면 춘천시에서 말하는 ‘A4 한 장 분량의 문서’가 문제가 될지 의문이다. 아무 의견도 묻지 않고 개최 불가 공문을 보낸 것은 춘천시다. 춘천시가 말하는 그 어떤 이유가 역사상 첫 강원FC의 ACL 홈경기를 하지 않을 이유보다 더 중요한지 묻고 싶다.
실질적인 ACL 홈경기 개최와 전혀 관련이 없는 K리그 하반기 개최, 축구전용구장 등을 운운하는 춘천시의 진정한 의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춘천시의 입장>
2. 춘천시가 먼저 실무협의를 제안
이후 4월 9일, 강원FC의 추가 회신 문서 접수에 따라 춘천시는 강원FC의 구체적 계획과 대책을 듣기 위해 4월 15일 실무회의를 제안했다. 다음 날인 4월 16일 열린 첫 실무회의에서야 ‘ACL 춘천 홈경기 검토’ 자료를 처음 공유받았고, 1시간가량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다. 해당 회의는 유일한 실무협의였으며, 이후 2차 회의 일정은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원FC는 기자회견을 단독으로 개최하였다.
<강원FC의 입장>
2. 춘천시는 개최 거부 후 언론 보도가 다수 나오자 실무협의를 제안
ACL 개최 불가에서 협의로 입장을 바꾼 것은 춘천시다.
강원FC는 춘천시의 개최 불가 공문을 받은 이후 강원도 내 개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4월 9일 다시 한번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ACL 홈 경기장 시설 사용 가능 여부는 최종적으로 AFC에서 판단하고 있기에 춘천시에서 개최 의사를 보여주신다면 구단에서는 ACL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고자 한다. 역사상 첫 ACL 홈경기가 춘천에서 열릴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원FC는 4월 11일까지 답변을 회신해주길 요청했지만 춘천시는 응답이 없었다. 4월 14일에야 공문을 통해 실무회의를 제안했다. 다수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회의를 제안했다. 4월 16일 실무회의에서 춘천시는 개최에 관련된 사실 파악 외에 추경이 끝나 개최 분담금 지급이 어렵고 시설 개선들이 예정돼 해당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개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K리그 하반기 개최 등을 배려할 수 있는지 물었다.
또한 춘천시는 ‘강원FC가 기자회견을 단독으로 개최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실제와 다르다. 4월 8일 강원일보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4월 9일 2건, 4월 10일 4건 등 4월 14일 전까지 13건의 보도가 나왔다. 4월 15일에는 춘천시장의 브리핑으로 인해 10건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강원FC는 4월 15일 오전 춘천시장 브리핑 이후 오후가 돼서야 기자회견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4월 2일 처음 공문을 보냈을 때 개최 거부가 아닌 실무회의를 개최하자고 응답했다면, 춘천시가 언론을 향해 전한 이야기를 강원FC에 했다면 지금과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언론 보도와 함께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춘천시다.
<춘천시의 입장>
3. 지원금은 의회 심의 등 행정절차가 필요한 사안
춘천시는 현재 매년 강원FC에 7억 2천만 원의 개최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FC가 ACL 개최를 위해 요청한 경기당 8천만 원, 총 4~5억 원 이상에 달하는 추가 지원금은 춘천시의회 심의 등 행정절차가 필요하므로, 실무논의를 통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원FC의 입장>
3. 강원FC는 기자회견에서 개최 분담금 감당 의사 표명
강원FC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춘천시에서 지불하는 것이 불가하다면 개최 분담금까지 감당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강원FC는 올해 ACL에 출전하면서 최소 3경기, 플레이오프를 포함한다면 최대 4경기까지 홈에서 치르게 된다. 이를 경기당 8천만원으로 환산하면 최소 2억 4천만원에서 3억 2천만원의 금액이다. 또한 지금 입장과 달리 당초 실무회의에서는 강원FC에게 추경이 끝나서 개최 분담금 지급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춘천시의 입장>
4. 협의는 진행 중이었으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
춘천시는 도내 ACL 유치를 위한 충분한 검토와 실무 논의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협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FC는 실무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강행하였다.
<강원FC의 입장>
4. 춘천시는 언론을 향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강원FC의 기자회견은 일방적이다?
첫 보도가 나온 4월 8일부터 4월 17일 기자회견 직전까지 ACL 홈경기 개최지 관련 기사가 총 32건 있었고 이 중 강원FC 담당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4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건은 춘천시청 출입기자와 함께 작성한 기사이다. 강원FC는 여러 차례 방송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모두 고사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춘천은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으며 4월 15일에는 춘천시장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인 4월 15일 오후 강원FC는 정확한 현 상황을 팬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 개최를 언론에 알렸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기회회견을 강행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
춘천시는 ACL 유치를 위한 충분한 검토와 실무 논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4월 16일 실무회의에서 강원FC는 홈경기 개최와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전달했다. 춘천시가 요청한 자료도 모두 전달했다. 춘천시는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개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고 회의는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전제조건 해결은 춘천시 의지의 문제이다. 전제조건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정리해서 제시해야 하는 쪽은 춘천시다. 강원FC가 해결하거나 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춘천시의 입장>
5. 경기 일정 조정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강원FC
춘천시는 원활한 상반기 시설 개선 공사를 위해 K리그 하반기 홈경기 일정 조정을 강원FC에 지속 요청해왔다. 그러나 강원FC는 “구단은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강원FC의 입장>
5. 강릉시·춘천시, 두 지자체 협의 사항을 구단에게 결정하도록 강요·압박
지난 시즌 종료 이후 홈경기를 개최하는 두 지자체 모두 하반기 개최를 희망하는 상황이었다. 강원FC가 나서서 한 지자체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강원FC는 위 사안에 대해 단 한번도 의견을 낸 적이 없다. 두 지자체에서 협의한 내용에 따라,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구단의 방침이다. 두 지자체의 협의 사항에 강원FC가 춘천에 협조하지 않았음을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강원FC가 두 지자체의 논의에 개입하는 것은 계약위반 사항이다.
<춘천시의 입장>
6. 김병지 대표의 발언은 시와 시민에 대한 폄훼
ACL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관중수, 시즌권 판매량, 경기장 관리 등을 비교한 것은 그간 강원FC 붐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춘천시와 시민들을 폄훼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지 대표는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하며, 대표의 이러한 발언이 본심인 것 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강원FC의 입장>
6. 사실관계 언급에 의도를 자의적으로 재단한 춘천시
해당 내용은 춘천시가 수차례 말한 개최 분담금 내용을 설명하면서 언급됐다. 강릉이 훨씬 수익적인 측면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도민 화합을 위해서 강원FC는 두 지자체를 균등하게 대해 왔다는 것을 설명하는 의미다. 강원FC는 구단을 사랑하고 지지해주시는 춘천시민들을 포함한 모든 강원도민, 축구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에 애꿎은 춘천시민을 끌어들이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본심인지 궁금하다는 것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축구 문제는 축구로 풀어야 한다. 스포츠 문제는 스포츠 영역 내에서 풀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매달 평균관중을 발표하고 연말에는 입장 수입을 발표한다. 이러한 연맹의 발표가 관중 수 1위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춘천시의 입장>
7. 강원FC의 행태는 도민 화합을 위한 구단의 모토와 상충
강원FC의 이러한 행태는 도민 화합을 위한 구단의 모토를 전혀 반영하지 않음. 2017년 홈구장을 찾지 못하고 있던 강원FC를 위해 송암스포츠타운 종합경기장을 내어준 것은 춘천시와 춘천시민이었다.
<강원FC의 입장>
7. 도민 화합을 위해 춘천이 홈경기를 개최할 수 있게 도운 강원FC
김병지 대표이사 취임 당시, 구단주가 가장 강조한 것이 도민 화합이었고 지금도 강원FC는 도민 화합을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홈경기 개최지 선정에 있어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도민 화합의 관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3년에 대한 홈경기 개최지 신청을 받을 때 춘천은 구단이 내건 기준과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FC는 도민 화합의 관점에서 춘천시에서도 홈경기가 열릴 수 있게끔 협의했다.
<춘천시의 입장>
8. 춘천시 ACL 개최를 위한 협의 의지 분명
이와 같이 강원FC의 일방적인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춘천시는 춘천시민과 축구팬들을 위하여 ACL 개최를 위한 실무협의에 임할 것이다. 강원FC 역시 성의 있게 협의에 임해야 한다.
<강원FC의 입장>
8. 다시 한번 명확한 의지 표명 촉구
강원FC는 4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춘천시의 명확한 의지 표명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ACL 홈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춘천시다. 강원FC는 강원도 내에서 개최돼야 한다고 여기고 항상 성의 있게 협의에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난 첫 번째 실무회의도 처음 공문을 보낸 3월 28일 이후 19일 만에 춘천시가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서 진행했다. 구단의 입장과 설명은 다 했지만 앞으로도 춘천시에서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임할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단은 규정대로 5월 2일까지 홈경기 개최 장소를 제출해야 한다.
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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