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끝내고 싶어요"…'국민 타자'와 어깨 나란히 한 '소년 장사' 최정,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공동 1위 등극, 남은 것은 단 하나 [MD인천]

2024년 4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최정이 9회말 2사 동점 솔로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개인 통산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최정(SSG 랜더스)은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에 3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최정은 첫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 두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며 방망이를 예열했다.

SSG가 3-4로 뒤진 9회말 최정이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왔다. 정해영의 공 3개가 모두 존에서 벗어났다. 이후 정해영이 스트라이크 하나를 집어넣으며 3B1S가 됐다. 그리고 정해영의 5구 147km/h 포심패스트볼이 바깥쪽 높게 들어갔고 최정이 이 공을 때렸다. 타구는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최정의 올 시즌 9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었다. 이로써 최정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함께 KBO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공동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이후 SSG는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와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6-4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SSG 이숭용 감독은 "(최)정이의 9회말 동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최정은 역시 최정이다"며 "왜 최정이 대단한 선수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그 홈런의 기운으로 유섬이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2024년 4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9회말 2사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린 최정이 경기 종료 후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은 뒤 취재진을 만난 최정은 "우선 홈런으로 동점이 됐다. 동점만 되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2아웃에 동점 홈런을 때려서 기분 좋았다"며 "첫 타석부터 이상하게 홈 경기라 그런지 부담이 많이 됐다. 타석에서 집중은 했지만, 뭔가 이상한 생각도 많이 들고 그래서 욕심도 내봐서 어이없는 스윙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부담도 됐다. 수원과 다르게 홈에 왔는데, 첫 타석 들어가니 공을 바꾸더라. 처음에는 '뭐지?' 했는데, 두 번째도 바꾸길래 홈런공 때문에 그런 것이구나 생각했다"며 "거기에 (김)태군이가 '지금 온 국민이 홈런에 관심 갖고 있습니다'라고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정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해영을 상대로 부담 없이 타석에 섰다. 그는 "오늘은 홈런을 노리지는 않았다. 정해영이 요즘 공이 너무 좋아서 2아웃에 들어갔던 것이 마음 편했다"며 "그런데 볼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이 됐다. 정해영이 자신 있어 하는 공을 던지겠다고 생각했다. 타이밍에 맞게 때렸는데, 그 공이 떠서 홈런이 된 것 같다. 그리고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 너무 영광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3B에는 안 치려고 했다. 뒤에 에레디아가 워낙 잘 치기 때문에 주자만 나가면 동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렸다. 3B1S에서도 고민을 했는데, 정해영이 공이 좋은 투수니까 무조건 승부하겠다 생각했다"며 "때린 순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안타만 쳤어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정해영의) 공이 작년보다 엄청 좋아졌다.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홈런도 엄청 기분 좋았지만, 안타만 됐어도 엄청 좋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정은 2005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유니폼을 입어 20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데뷔 시즌 1개의 홈런을 때린 그는 2006년부터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홈런 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2024년 4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SSG 최정이 9회말 2사 동점 솔로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인천=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정은 "저는 홈런 타자라고는 생각 안하고 홈런이 잘 나온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이제 2011년, 2012년도부터 타격 메커니즘을 다르게 했다. 그때부터 공이 뜨기 시작하면서 멀리 나갔다. 어릴 때 미겔 카브레라 따라 한다고 그런 느낌으로 했는데, 딱 하나 잘 맞았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강윤구(개명 후 강리호) 상대로 센터 홈런을 쳤는데,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최다 홈런 단독 1위까지 홈런 1개가 남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세를 낮췄다. 최정은 "어떻게 보면 저도 해외를 갔다 온 뒤 이런 기록을 세웠으면 뭔가 떳떳할 텐데  너무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이승엽 감독님을 넘어섰다고 해도 그것이 넘어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덤덤하다"고 전했다.

홈런 한 개만 더 때리면 KBO리그 통산 홈런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1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우게 된다. 최정은 "이제 저는 은퇴할 때까지 시즌 두 자릿수 홈런만 생각하고 할 것이다"며 "'여기서 끝날 때까지 하나도 못 치면 사고다' 이런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할 것이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일단 오늘 '이런 느낌이구나' 경험을 했다. 빨리 치려고만 안 하면 언젠가는 하나 못 치겠나 이런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며 "이 기록을 깬다기 보다는 이런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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