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쉽지만…” 공룡들 34세 잠수함은 ‘그날 그 사람들’의 잘못을 가슴에 묻었다 ‘대인배’[MD창원]

이재학/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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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지나간 건 다 잊겠다.”

NC 다이노스 잠수함 이재학(34)은 1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서 3⅓이닝 6피안타(2피홈런) 4탈삼진 2사사구 6실점으로 시즌 3패(0승)를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62로 치솟았다.

이재학/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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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은 이날 3회말에 ‘ABS 오적용의 희생양’이 됐다. 2사 1루서 이재현을 상대할 때, 2구 패스트볼은 강인권 감독이 덕아웃에서 볼 때도 스트라이크였다. 그런데 문승훈 구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ABS의 콜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NC가 KBO로부터 받은 태블릿 PC에는 2구가 스트라이크로 찍혔다.

현장의 무선인터넷 등 환경의 문제로 이 태블릿 PC는 공을 던지자마자 결과가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약 30초 이상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강인권 감독은 뒤늦게 문승훈 구심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었고, 돌아온 답은 오심은 인정하지만, ‘어필 시효 만료’였다.

강인권 감독의 항의에 경기가 지연되면서 이재학이 마운드에서 어깨가 식었다. 스트라이크가 돼야 할 2구가 볼이 되면서, 이재학은 이재현을 삼진으로 잡고도 볼넷으로 내보내야 했다. 결국 구자욱과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3실점, 1-0 리드를 허무하게 날렸다.

이재학은 그날의 아픔을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아쉽지만 지난 닐이다. 그 순간, 경기의 일부분이니 다시 임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지나간 건 다 잊으려고 한다. 내가 준비하던 걸 더 단단히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사실 이재학은 올해 오랜만에 선발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클 것이다. 과거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투 피처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 10승 언저리의 승수를 가져온 베테랑 투수였다.

그런 이재학에게 강인권 감독은 “미안하다”라고 했다. 자신이 태블릿 PC도 더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고, 어필이 길어지면서 이재학의 어깨가 식었다면서. 그러나 강인권 감독 역시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구단이 KBO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강인권 감독도 더 이상 ‘미주알 고주알’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재학/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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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은 “솔직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운이 안 따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다음엔 좋은 투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사기가 크게 꺾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해당 심판진에게 직접적인 감정 표출을 하지 않았다. 프로페셔널한 자세이자 대인배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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