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만 동해시유소년야구단 감독 "아이들과 함께 야구로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일구일행인터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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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만 동해시유소년야구단 감독 인터뷰
인내와 노력을 강조하는 지도자, 고향서 제2의 야구 인생

일구일행(一球一幸). 공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드넓은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소년들. 바로 대한유소년야구연맹(회장 이상근) 소속 유소년야구 선수들이 주인공이다. '공부하는 야구,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를 지향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은 2011년 문을 열고 한국 야구 유망주 육성 산실이 됐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 중인 왼손 투수 최승용을 비롯해 여러 프로 선수들을 배출하며 한국 야구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를 넘어 스포츠 전체에 좋은 모범사례가 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주)


김흥만 감독이 인터뷰에서 지도자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흥만 감독이 인터뷰에서 지도자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흥만 감독. 
김흥만 감독. 

[마이데일리 = 횡성베이스볼테마파크 심재희 기자] 일구일행 인터뷰 10번째 초대 손님은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을 지휘하는 김흥만(52) 감독이다. 동해시에서 자란 그는 프로야구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자란 동해시에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감독은 30명 안팎의 선수들이 속한 작은 구단을 이끌지만 꿈은 원대하게 가진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을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명문 팀으로 조금씩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 동해의 아들, 유소년야구단 감독이 되다

김흥만 감독은 '동해의 아들'이다. 동해시 송정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북평중과 북평고를 거쳐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강원도 출신 최초 고졸 신인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로 활약한 그는 1991~1994년 태평양, 1994~1995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고, 미국 전지훈련 도중 무릎관전 파열로 인한 부상을 입어 현역에서 은퇴했다. "1995년 선수 생활을 접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과도한 연습으로 이어졌고, 결국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다"며 "더이상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다. 아쉬웠지만 현역에서 은퇴를 결정해야 했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야구밖에 몰랐던 김 감독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고 일반인으로서 사회에 뛰어 들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고 사업체도 운영하는 등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열심히 했고, 잘할 수 있는 게 야구라는 사실은 결코 변함이 없었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었고, 결국 고향인 동해시로 돌아와 제2의 야구 인생을 열게 됐다. 

그는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항상 느꼈다"며 "김태호 동해시 야구협회 회장님의 추천으로 유소년야구단과 인연을 맺게 됐다. 2017년 7월 26일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을 창단하고 감독을 맡게 됐다"고 웃었다.

결국 '동해의 아들'로서 다시 야구 인생을 살게 됐다. 김 감독은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현재의 행복한 순간이 우연하게 온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학교와 프로 구단에서 선수로 뛴 부분과 일반인으로서 보낸 시간들, 그리고 현재 감독 생활까지 더하며 숱한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야구라는 스포츠가 펼쳐서 보면 정말 다양하다. 야구를 하면서 얻은 경험과 생각들로 인해 제가 성장했고,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감독을 맡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 '작지만 단단한'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강원특별자치도 남동부에 위치한 동해시는 면적 180.2㎢의 작은 도시다. 행정 구역 10개 동에 전체 인구가 8만9144명(2023년 기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은 총 인원 30명으로 구성됐다. 선수반 15명, 취미반 15명 정도로 이뤄져 있다. 수도권 팀들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하지만 작지만 단단하다. 김 감독의 조련 속에 야구를 즐기는 선수들이 일치월장 기량을 끌어올렸고,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신흥강호로서 자리매김 했다. 2021년 제8회 국토정중앙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유소년리그 백호, 2022년 제2회 횡성군수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대회 꿈나무리그, 2023년 제2회 가평군수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 꿈나무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감 감독은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이 작지만 단단한 이유에 대해서 '인내와 노력'을 떠올렸다. "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강조하는 것은 노력, 인내, 팀워트, 동료애다.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팀으로서 잘 화합하면 좋은 결과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고 믿는다"며 "저희 아이들은 인내와 노력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더 성장해서 야구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이 훈련하면서 힘들어 하면, 대회에 나가서 기억할 만한 순간과 경험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저를 포함해 선수단 전체가 야구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자세와 습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줬다.

김 감독의 말처럼 어린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해 좋은 팀을 이뤄 전국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된다. 김 감독에게도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이 출전하는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대회는 언제나 가슴 뛰는 순간이다. 김 감독은 그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2021년 11월 14일로 꼽는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할 정도로 뇌리에 깊숙하게 박혀 있는 소중한 순간을 떠올렸다. "제가 유소년야구단 감독을 맡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21년 11월 14일 결승전이다. 국토정중앙 양구 전국 대회에서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우승한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당시 2017년 창단 후 아쉽게 준우승만 연속으로 4번 했다.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두 포기하지 않고 4전 5기에 성공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과천시유소년야구단을 상대로 5회말 2아웃에서 3-2 리드를 지켜 우승했다. 대회 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어 더욱 감격적이다. 우리 선수들의 끈질긴 노력과 단합력이 우승이란 결실을 맺어 정말 기뻤다."

2021년 국토정중앙 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우승을 차지한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2021년 국토정중앙 양구 전국유소년야구대회 유소년리그 백호에서 우승을 차지한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 내면의 열정과 외면의 노력

김 감독은 확고한 지도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가르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게 할 것인가를 알려 줘라." 스티브 코브의 명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오래전 초등학생 시절부터 내면의 열정과 외면의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야구라는 스포츠로 배웠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있는 유소년야구 선수들도 꼭 느껴야 할 부분이다"며 "감독으로서 우리 사회의 미래 구성원이 될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야구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소통하고 서로 노력해야 한다. '가르치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게 할 것인가를 알려 줘라'는 코브의 명언을 항상 되새긴다"고 짚었다.

또한 그는 "야구를 열심히 하면 야구에 그치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저는 야구를 하면서 희망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목표 등을 끊임없이 아로새길 수 있었다. 프로 무대에서 뛰는 영광을 누렸지만 냉혹한 경쟁의 세계에서 쓴맛도 봤다"며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으로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를 겪었다. 결국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는 걸 잘 느꼈다.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선수들 간의 소통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동해시 유소년 야구단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개개인의 역량이 아닌 팀 전체의 힘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야구 선수와 지도자로서 내면의 열정을 뜨겁게 가지면서 외면으로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진리를 확실히 깨달았다. 다시 야구의 길을 걷게된 데 대해 항상 고마움을 느끼면서 팀의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그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 같이 땀 흘리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팀 가치를 더 높이는 지름길이다. 저는 감독으로서 단순히 야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함양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야구를 열심히 하다 보면 시나브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주입적인 방식으로 지도하는 것보다 평소 유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지지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 창의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 꿈은 크게, 두려움은 작게!

김 감독은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을 '동반자'로 생각한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지만, 아이들이 자신에게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팀에 대한 애정을 더욱 가지며 학생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들려준다. 그가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꿈은 크게, 두려움은 작게'다. "어린 선수들이 미래에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을 상상하든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동시에 두려움은 작게 하고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꿈을 크게, 두려움은 작게'를 실천하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목표에 대한 질문에 대한유소년야구연맹 모토를 떠올렸다. '행복한 야구, 즐기는 야구, 공부하는 야구'에 집중하면서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을 더 키워 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동해시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청소년 인구가 적고, 야구 인프라도 부족하다. 하지만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은 그 어느 팀 선수보다 야구에 대해 진지하고 열정도 뜨겁다. 우선, 대한유소년야구연맹 간판 리그인 유소년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내서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을 더 강한 팀으로 이끌고 싶다"며 "저의 진짜 목표는 동해시에서 더 많은 친구들이 야구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 야구를 잘 가르치고 싶다. 현재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좋은 선수들을 더 많이 발굴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고 장기적인 시각을 비쳤다.

20대 초반 현역에서 은퇴한 뒤 40대에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지휘봉을 잡고 어느덧 50대가 됐다. 김 감독은 현재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실에 다시 한번 큰 의미를 부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동해시 유소년야구단에서 감독으로 생활할 수 있게 여러 가지 면에서 지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특히 이상근 회장님을 비롯한 대한유소년야구연맹 임직원 분들과 김태호 동해시 야구협회 회장님, 배동건 동해시 야구협회 전무이사님, 이정학 동해시 전 시의원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송길호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전 단장님과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선수들, 학부모님들께도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전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동해시 유소년야구단.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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