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기동볼 다 까먹었다"는 포항 제자들, 깨어났다...김기동식 '밀당' 효과→채찍과 당근을 어떻게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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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곽경훈 기자
김기동 감독/곽경훈 기자

[마이데일리 = 상암 최병진 기자] 김기동식 밀당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김천상무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5라운드에서 5-1로 승리했다.

서울의 선발 명단은 흥미로웠다.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임상협, 강상우, 권완규까지 포항 스틸러스에서 김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5명이 선발로 나섰다.

여러 상황이 겹친 선택이었다. 술라카가 지난 강원FC전에서 퇴장을 당해 권완규가 중앙 수비에 나섰다. 또한 이태석, 백상훈, 강성진, 백종범이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에서 라인업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포항 출신 제자들을 두고 “잠시 떨어져 있더니 다 까먹었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만큼 빠르게 다시 이전의 플레이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김천전에서 마침내 효과가 나타났다. 일류첸코가 2골 2도움, 임상협이 1골 1도움, 팔로세비치가 1도움을 올리며 화력을 폭발시켰고 권완규와 강상우도 수비에서 제 몫을 했다.

득점에 성공한 일류첸코/곽경훈 기자
득점에 성공한 일류첸코/곽경훈 기자

부활에는 김기동 감독의 ‘밀고 당기기(밀당)’가 있었다. 김 감독은 임상협에게 ‘채찍’을 사용했다. 김 감독은 “상협이를 강원전에서 아예 빼면서 자극을 줬다. 이번 경기에서 필요했기에 연습 경기를 통해 준비를 시켰다”고 했다. 임상협 또한 “감독님이 이전에 포항에서 하던 직선적인 플레이가 사라졌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다시 플레이를 돌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김천과의 경기 당일에 두 선수와 미팅을 했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포항에서 함께 활약하던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전에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를 설명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두 선수는 달라진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팔로세비치/곽경훈 기자
팔로세비치/곽경훈 기자

채찍에 이어 당근 효과도 있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 선수단에게 직접 사과를 한 사연을 공개했다.

김 감독은 “아직 선수들이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마다 변화를 가져갔다. 그래서 선수들이 혼란을 겪은 것 같았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 경기는 큰 틀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은 강원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자칫 팀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갈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먼저 선수단의 상황을 이해하고 직접 사과를 했고 소통을 하면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완승을 거두며 상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기동 감독과 서울 선수단/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과 서울 선수단/한국프로축구연맹

조영욱 또한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선수들이 잘못한 부분이었다. 감독님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포항 시절에 전술적인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일명 ‘형님리더십’으로도 유명했다. 선수의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활용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재활공장장’의 면모를 자랑했다. 김천전 대승도 김 감독의 밀당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상암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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