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KBO는 이런 곳이야'...'테스형'이 '파나마 특급'에서 전한 미소의 의미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KIA 타이거즈 소크라테스 브리토(31)는 지난 시즌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17홈런, 77타점, 83득점, OPS .848을 기록했다. 그는 '테스형'이라 불리며 KIA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KBO리그 첫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낸 소크라테스는 실력뿐 아니라 인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외국인 선수다. 보통 외국인 선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격지만 소크라테스는 달랐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소크라테스는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소크라스테는 키움 후라도에게 미소로 조언했다.

이날 키움의 선발투수는 올 시즌 새롭게 KBO리그에 입성한 아리엘 후라도(27)였다. 1996년생 오른손 투수 후라도는 메이저리그 통산 12승 16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한 투수로 지난 10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파나마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와 파나마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는 선수지만 KBO리그는 낯설었다.

첫 공식 경기 등판에서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었다. 미국과는 다른 KBO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한 후라도는 경기 초반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 타자들의 타석에서의 끈질긴 인내심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1회부터 만루 위기를 맞이하며 진땀을 흘렸다.

특히 소크라테스에게는 8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소크라테스는 후속 타자 황대인의 볼넷 때 2루 베이스를 밟았고 마운드의 후라도와 눈이 마주쳤다. 소크라테스는 후라도와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마치 후라도에게 '어서와 KBO리그는 처음이지. 이런 곳이야'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후라도는 155km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인 선수지만 KIA 타자들은 만해서는 배트가 끌려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공이 빨라도 정확한 제구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KBO리그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소크라테스도 지난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4월 이후 한국 투수들의 투구 패턴을 분석한 뒤 빠르게 적응했다. 소크라테스는 거포 외국인 타자와는 다른 유형의 선수로 적극적인 스윙을 하긴 하지만 볼넷 대비 삼진율이 적은 선수다. 삼진 비율은 14.6%, 볼넷 비율은 6.1%다.

소크라테스는 한국 투수들의 성향에 맞게 공을 최대한 오래 보고 유인구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타석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빼고 스윙했고 홈런 타자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로 정확성과 장타를 갖춘 스타일로 변신했다.

소크라테스는 빠른 공을 뿌리는 후라도를 보면서 미소로 조언했다. 빅리그 출신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경력과 이름값이 아닌 '적응'이 1순위 필수 조건이라는 걸 소크라테스는 잘 알고 있었다.

[KIA 소크라테스가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키움 후라도에게 미소로 조언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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