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함께하지 못했던 두 남자'...아가메즈가 이토록 반가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우리카드 아가메즈가 경기 전 스트레칭을 하다 벌떡 일어나 반갑게 포옹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마치 오랜만에 절친을 만난 듯 두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코트에 웃음꽃이 피도록 아가메즈와 반갑게 인사한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이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인연이 있길래 이토록 반갑게 인사한 것일까. 시간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세진은 OK저축은행 감독을 맡고 있었다. 김세진 감독은 OK금융그룹의 전신 러시앤캐시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2014-2015 시즌 팀을 창단 2년 만에 우승 시켰고 이듬해에도 우승하며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이었다.

하지만 '쿠바 특급' 시몬이 떠난 뒤 성적은 추락했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2018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중요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지난 시즌 순위에 따라 구슬 개수를 다르게 해 추첨하기 때문에 2017-18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OK저축은행의 1순위 확률(25.0%)이 제일 높았다.

그래서 김세진 감독은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2018 드래프트에는 '세계 3대 공격수'라 불리던 아가메즈가 4년 만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팀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V리그 사령탑 7명 중 5명이 아가메즈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할 만큼 그의 능력이 탁월했다.

사실 당시 아가메즈의 실력으로 봐서는 V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V리그로 돌아온 건 OK저축은행에서 참가를 부추겼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사전 작업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아가메즈의 참가 자체가 화제였다. 김세진 감독도 "아가메즈는 기술, 높이 모두 뛰어나고 한국 경험도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할 만큼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운이 없었다. OK저축은행은 대한항공에 이어 4순위 지명권을 얻으며 아가메즈를 놓쳤다. 아가메즈는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망설이지 않고 뽑아갔다.

2018년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하지 못했던 김세진 감독은 지난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감독이 아닌 해설위원 신분으로 아가메즈와 재회했다.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한편 아가메즈는 1985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39세다. 이제는 코트에서 불같이 화를 내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아가메즈는 그동안 뛰었던 해외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해봤지만 한국에서만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게 그의 꿈이다.

[김세진 KBSN 해설위원과 우리카드 아가메즈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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