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영웅들’이 뭉쳐야 LG가 산다…FA 삼수생과 2할 내야수 ‘마지막 불꽃’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왕년의 영웅들이 뭉쳐야 LG가 산다.

LG 염경엽 감독은 27일 미국 애리조나 출국을 앞두고 “다시 예전에 가깝게 살려야죠”라고 했다. 넥센 사령탑 시절 중용했던 내야수 서건창과 김민성을 두고 한 말이다. 옛정을 생각한 게 아니다. LG가 더 강해지기 위해 서건창과 김민성은 넥센 시절 모습을 찾아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라인업은 머릿속에는 15개 정도 확정했다. 내 생각이 맞는지 애리조나에서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변이 없는 한 서건창을 주전 2루수로 밀어붙일 듯하다. 수년간 문제의 포지션이었고, 결국 서건창이 해결해야 한다고 본 듯하다.

서건창은 FA 삼수생이다. LG 이적 후 1년 반 동안 살아나지 못했다. LG 2루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걸 감안하면 실망스러웠다. 작년에는 77경기서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39득점 OPS 0.605. 아직 34세로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니니, 시간을 두고 지켜볼 계획이다.

김민성은 2018-2019 FA 시장에서 사인&트레이드를 통해 LG에 입단했다. 지난 2년 연속 2할대 초반의 타율에 그쳤다. 작년에는 92경기서 타율 0.207 3홈런 20타점 16득점 OPS 0.573. 문보경에게 주전 3루수를 내줬고, 2루 백업으로 기회를 얻는 수준이었다.

두 사람은 작년에도, 올해도 LG의 코어가 아니다. LG는 작년에도 두 사람을 사실상 배제하고도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야구가 계산대로 안 풀리는 법이다. 작년에 잘 했던 선수들이 애버리지 하락을 겪고, 부상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게 야구다. 염 감독이 ‘백업 주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건 장기레이스를 염두에 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량을 회복한 서건창은 박해민, 홍창기 등과 함께 강력한 테이블세터를 구성할 수 있다. 김민성은 내야 전천후 요원으로 캐릭터를 확장하는 과정이다. 염 감독은 김민성이 2루는 물론, 1루와 3루도 가능하도록 준비시킨 상태다.

서건창과 김민성이 부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덕아웃 분위기다. 염 감독은 넥센과 SK에서 감독을 지내며 결국 주축멤버들, 특히 주장이나 베테랑들이 야구를 잘 해야 팀 분위기가 올라가고,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느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오래 못 갔다는 게 염 감독의 회상이다.

염 감독은 “건창이와 민성이가 살아야 (오)지환이, (김)현수와 덕아웃 리더를 해줄 수 있다. 실력이 돼야 어린 애들도 챙길 수 있다. 주장이나 고참들이 야구를 잘 해야 케미스트리가 형성이 된다. 야구가 단체스포츠지만, 개인성적이 좋아야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라고 했다.

분위기, 케미스트리는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역대 왕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승팀들은 이 부분들부터 확실하게 잡혀 있었다. LG에 서건창과 김민성의 부활은 단순히 각종 수치, 영양가의 이슈를 넘어선다. 대권도전을 위해 꼭 맞춰야 할 퍼즐이며,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왕년의 영웅들이 LG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한다.

[서건창(위), 김민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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