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소신발언, "독일 광탈 이유? 정치적 이슈 너무 신경 쓰더라" [MD카타르]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아르센 벵거 전 감독이 독일 축구대표팀의 부진 이유를 들며 ‘정치적 포커스’를 언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글로벌 발전 책임자를 맡은 벵거 전 감독은 4일 오후 2시(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국립컨벤션센터(QNCC)에서 열린 FIFA 기술연구그룹(TSG) 미디어 브리핑에 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를 돌아봤다.

A조부터 H조까지 8개 조에 속한 32개 팀이 저마다 3경기씩 치렀다. 절반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예상하지 못한 탈락팀이 여럿 보인다. 독일, 벨기에, 덴마크 등 16강 단골 팀들이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특히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 소식은 충격이 컸다. 독일은 1차전에서 일본에 패했다. 이후 1승 1무를 거뒀지만 F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토너먼트에 못 올랐다.

벵거 감독은 “경험 많은 강팀들은 월드컵 첫 경기에서 패배하면 안 된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첫 경기부터 잘하지 않았느냐”는 말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어 “월드컵에 나와서 축구가 아닌 정치적 의사 표현에 집중한 팀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독일”을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독일을 지칭하는 주장이었다. 벵거 옆에 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도 벵거 감독의 발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벵거는 “조별리그를 잘 치른 팀들은 정신적으로 잘 무장되어 있는 팀이다. 이들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 아닌 축구 경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여유 있게 16강에 진출했다”고 뒷받침했다.

독일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의 외국인 근로자 인권 문제를 지적했다. 일본과의 1차전 킥오프 직전에는 선수들이 모두 입을 가리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보이콧 의미였다. 성정체성 다양화, FIFA가 성소수자 연대를 뜻하는 ‘원 러브(One Love)’ 주장 완장 착용을 반대하자, 이에 대한 항의 의미로 입을 가렸다.

덴마크도 비슷하다. 덴마크는 카타르 월드컵 훈련복을 민무늬로 디자인했다. 개최국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의미였다. 벨기에는 유니폼 목깃 안에 ‘LOVE’를 새겼다가 FIFA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벵거 감독의 말대로 축구 외적인 이슈를 끌었던 팀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찍 짐을 싸고 돌아갔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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