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유일무이' 브라질 결승골 김도훈 "후배들아, 제발 나를 잊게 만들어다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한국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난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일 오전(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펼친다. 상대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 브라질 대표팀이다.

FIFA 랭킹(한국 28위) 뿐 아니라 브라질은 한국과 비교해 모든 것이 뛰어난 팀이다. 브라질은 그야말로 축구의 국가, 월드컵의 나라다. 전 세계에서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유일한 팀이자 최다 우승팀(5회)이라는 위용도 품고 있다.

이번 브라질 대표팀의 몸값은 11억 4000만 유로(1조 5644억원)로 한국(1억 6440만 유로·2256억원) 보다 약 7배 이상이 높다. 역대 전적을 봐도 7전 6승1패로 브라질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경기였던 지난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한국은 1-5 참패를 당했다.

세계 축구에서 '가장 높은 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벽이라도 '무적'은 아니다. 한 번쯤은 무너질 때가 온다. 브라질 역시 한국에 무너진 경험이 있다. 한국과 역대 전적에서 브라질의 1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999년 3월 28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이곳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36위 한국이 맞대결을 펼쳤다. 브라질에는 히바우두, 카푸, 주닝요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모두가 브라질의 승리를 예상한 경기. 아니 확신한 경기. 하지만 한국은 이 예상과 확신을 보란 듯이 깨부쉈다. 후반 추가시간 기적이 나왔다. 아크 오른쪽에서 최성용이 문전으로 스루패스를 찔렀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도훈이 브라질 수비수 2명이 달라붙은 상황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때렸다. 공은 브라질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한국의 1-0 승리.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날이었다. 한국이 브라질을 이긴 첫 번째 경기이자 한국이 FIFA 랭킹 1위를 꺾는 최초의 경기였다. 그리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A매치에서 승리를 거둔 유일한 국가로 등록됐다.

결승골 주인공 김도훈은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김도훈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침몰시킨 사나이'로 불렸다. 때문에 한국이 A매치에서 브라질을 만날 때면 항상 소환되는 이름이 됐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16강 상대가 브라질로 결정되자 김도훈의 이름은 다시 뜨겁게 언급되고 있다.

이런 김도훈과 '마이데일리'가 지난 4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으로 위용을 떨쳤던 선수,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등 감독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도자. 그리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인. 김 감독은 3가지 경험과 마음을 모두 담아 브라질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던졌다.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지켜본 김 감독. 그의 눈에는 '원팀'이 보였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느낌이 왔다. 3경기 모두 경기력이 정말 좋았다. 다른 월드컵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이 높았고, 조직력, 응집력이 좋았다. 팀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힘이 원정에서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줬을 것이다."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다.

"특히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한국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승리할 확률도 낮게 봤다. 하지만 승리했다. 기적을 이뤘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과거 대표팀 선수들도 그랬고, 지금 대표팀 선수들도 그렇다. 한국 축구는 투지, 투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너무나 자랑스럽다."

다음 상대는 최강 브라질이다.

"16강 상대가 세계 1위 팀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이라도 분명히 틈은 있다. 그리고 세계 1등과 경기를 해도 한국에 반드시 기회는 오게 돼 있다.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잘 버텨주면 반드시 찬스가 생길 것이다. 그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회를 잡는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브라질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대가 1등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오지 않았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준비한 대로 하면 될 거라고 본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원팀 역시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 과거에 내가 골을 넣어서 브라질을 이겼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나는 골만 넣었다. 나머지는 다른 선수들이 다 했다. 그 덕분에 승리한 거다. 브라질전 승리 과정을 보면 내 비중은 아주 작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혼자 승리를 만들 수도 없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대로, 대신 주변에서는 더욱 큰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염원하는 것은 똑같다. 믿고 응원해야 한다. 축구는 기적을 일으키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스포츠다. 국민도 이런 기적을 생각하면서 응원을 할 것이다. 나 역시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토너먼트라서 이변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브라질을 상대하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간곡한 부탁' 하나를 했다. 그 부탁 안에는 후배들이 꼭 들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내가 브라질전에서 골을 넣어 승리한 지가 벌써 23년 전이다. 내가 브라질전 결승골 최초, 유일한, 마지막 선수라고 들은 것도 23년이나 지났다. 브라질전 결승골 주인공 이제 그만하고 싶다. 23년 했으면 오래 했다. 후배들아. 이제 제발 나를 잊게 만들어다오. 브라질과 붙어도 더 이상 내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다오. 23년이나 지났으면 이제 새로운 주인공이 나와야 할 때다. 꼭 그렇게 돼야 한다. 앞으로 나는 새롭게 등장할 빛나는 주인공 뒤에서 그림자로 살아가고 싶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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