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억원 광풍을 관망한 KIA…롯데의 잃어버린 5년, 답습하면 안 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되는 건 아니다.”

KIA는 박동원과의 비 FA 다년계약에 실패한 뒤 포수 FA 시장을 관망했다. 양의지가 4+2년 152억원에 두산으로, 유강남이 4년 80억원에 롯데로, 박동원이 4년 65억원에 LG로, 박세혁이 4년 46억원에 NC로 가는 걸 지켜봤다.

양의지 영입을 추진하긴 했다. 그러나 샐러리캡 대비 시장가격이 너무 올라갔다고 판단, 발을 뺐다. 사실 유강남과 박동원의 행선지가 결정된 뒤 박세혁을 영입할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주전포수를 잃은 KIA와 NC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NC는 박세혁에게 재빨리 접촉해 계약을 이끌었고, KIA는 육성이라는 어렵고도 먼 길을 택했다.

KIA는 애당초 박세혁에게 관심이 없었다. 박세혁을 영입해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내주는 것보다 내부 육성이 옳은 방향으로 봤다. 장정석 단장은 시장의 흐름상 삼성과의 트레이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미 10월에 알아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서 KIA는 롯데가 겪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롯데는 2017시즌 후 FA 시장에서 강민호를 삼성에 빼앗겼다. 이후 올해까지 5년간 안방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레이드(지시완)도 해보고 내부 육성도 해봤지만, 결론은 FA 쇼핑(유강남)이다.

그만큼 포수 육성은 쉽지 않다. 장정석 단장도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우선 좋은 자질을 갖춘 포수를 잘 뽑아야 하고, 잘 뽑은 뒤에는 체계적으로, 긴 호흡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디테일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이런 부분들이 미흡했고, 유강남 영입으로 고민을 해결했다. KIA도 훗날 FA 포수를 잡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왕 먼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면, 기존 자원들 중에서 박동원이나 유강남급의 선수로 성장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이건 대권 도전과는 또 다른 카테고리다.

다행인 건 KIA 1군에만 포수 지도자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다. 김상훈 배터리코치와 진갑용 수석코치다. 이미 두 코치가 제주 마무리캠프서 김선우, 신범수, 신명승을 지도했다. 이들이 당장 1군에 올라오기 어려울 수 있지만, 1군 지도자들이 유망주 포수들을 확실히 파악했다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도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당장 1군에서 확실하게 쓸 수 있는 포수는 한승택 뿐이다. 이적생 주효상은 1군 경험은 꽤 있지만, 검증이 확실하게 된 포수는 아니다. 그래도 올해 2군에서 활약한 포수들이나 마무리훈련을 치른 포수들이 적어도 2023시즌에 1군에서 백업이 될 정도의 성과는 봐야 한다.

KIA가 포수 육성 관련 어떤 마스터 플랜을 그리고 있을까. 무작정 훈련만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더 중요한 과제다. 적어도 롯데의 잃어버린 5년을 답습하면 안 된다.

[한승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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