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리 [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자신 있는 포즈요? 헤헤."

청계천길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데, 무성한 초록이 싱그럽고, 그 아래 나풀대는 미소가 맑다. 배우 홍승희다. tvN '나빌레라'에서 덕출(박인환)의 손녀이자, 채록(송강)의 친구였던 홍승희는 "누군가 은호를 통해 '힘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도리어 제 마음이 더 따듯해졌다"고 고백했다.

'나빌레라'에서 스스로 연기한 '은호'처럼, 홍승희는 꿈 없던 소녀였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 제출할 '장래희망'도 제대로 적지 못해 눈물 흘릴 정도였다. 그러다 어머니가 무심코 데려간 연기학원에서 홍승희는 꿈을 만났다.

"머리를 '띵' 맞은 것 같았어요. 연기하는 걸 보는데, '이건 뭐지?' 싶더라고요. 처음 접해 보는 신기함에서 오는 재미가 컸어요. 엄마가 절 왜 연기학원에 데리고 가셨는지는 아직도 잘 몰라요. 근데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런 게 있으셨나 봐요. 어릴 적에 잠시 무용을 하셨다고 했거든요. '그때 내가 계속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야'라고 하셨는데, 어쩌면 그런 마음도 있으셨나 봐요."

꿈을 만나 사랑에 빠진 뒤 줄곧 열애 중이다. '지금도 연기가 그때처럼 재미있나?'고 묻자 홍승희는 "주변의 기대에 부담도 생기고 고민도 많아진다"면서도, 촬영장에 가서 맘껏 연기하고 날아오른 뒤에는 결국 하나의 마음만 간절해진단다.

"사람들 앞에 제 연기가 보여지고 저에 대한 기대치도 커지면서 가끔은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갈 때도 있어요.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근데 연기하면서 고민이 풀리는 순간이 오면 그래요. '아, 역시 내 천직인가' 하는 마음이요."

그 순수한 마음은 홍승희의 캐릭터에도 고스란히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 웹드라마 '연남동 키스신'에서 모태솔로 윤솔(홍승희)이 짝사랑하던 친구 반해영(김관수)에게 고백했다가 차였을 때, 홍승희가 커다란 눈에서 우수수 쏟은 건 '연기'가 아니라 사랑도 잃고 우정도 잃은 '상심'의 눈물 그 자체였다.

"'연남동 키스신'을 촬영할 때에는 현장에 일하러 가는 느낌보다는 놀러 간다는 느낌이 컸어요. 진짜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면 연기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하이틴 장르를 언젠가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인생드라마는 '연애의 발견'. 인생영화를 물었더니 "제가 원래 편식이 좀 심해서…"라고 뜸들이고는 "'연애의 온도'"라고 고백하며 웃는다. "음식이나 음악도 그렇고, 다양하게 접하면 좋다고 하는데, 제가 맘에 없는 걸 억지로 하려면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하하."

연기하는 게 행복해서 연기하는 배우. "10년 뒤에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그때도 살아가고 있는 그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배우.

그렇게 행복의 바람이 분다. 그게 '나빌레라'의 메시지였고, 덕출이 발레를 한 이유이자, 은호가 자립할 수 있던 동기였으며, 홍승희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용기였다.

"데뷔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아, 지금 딱 스쳐가는 순간이 있어요! 사실 엄마, 아빠가 연기하는 절 많이 의심도 하시고, 걱정도 하셨거든요. 근데 언젠가부터 가장 먼저 제 연기를 찾아봐주시더라고요. 주변 분들한테 제 자랑도 해주시고요, 헤헤. 그렇게 엄마, 아빠가 이제 절 완전히 믿고 응원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인 것 같아요.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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