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구 승부' 전설의 '용규놀이'는 컨디션 난조가 만들었다?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전설의 '용규놀이'를 기억하는가. 2010년 8월 29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KIA-넥센전에서는 이용규와 박준수(현 박승민 KT 코치)가 맞대결을 했고 무려 20구까지 가는 승부가 펼쳐졌다. 이는 KBO 리그 역대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수 1위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용규는 한화 시절에도 '용규놀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용규는 공동 2위 기록 역시 갖고 있다. 2015년 8월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양현종과 맞붙어 17구까지 가는 장기전을 펼쳤다. 이 뿐만 아니라 공동 5위 기록에도 이용규의 이름이 올라있다. 2016년 4월 29일 대전 삼성전에서 장원삼과 16구 승부를 벌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커트 능력이 '용규놀이'라는 전설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내가 일부러 파울을 친 것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에게 타이밍이 불리한 상황에서 대처를 하다보니 파울이 나온 것"이라는 이용규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파울이 더 나오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으면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는데 좋지 않을 때는 뭔가 움츠러들고 정확히 맞추려고 하다보니 파울이 더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의도한 파울 타구가 없었다는 것일까. 이용규는 "그게 가능하면 타율 5할은 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으로 이적해 새 출발하고 있는 이용규는 개막 첫 8경기에서 2안타에 그쳐 슬럼프에 빠졌으나 최근 LG와의 3연전에서 7안타를 몰아치며 부활에 성공했다.

비결은 연습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용규가 워낙 베테랑이고 경험이 많은 선수인데도 오후 1시에 제일 먼저 나와서 훈련을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타격감이 너무 좋지 않다 보니까 급해지는 마음도 있었고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다"는 이용규는 "답은 연습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일찍 나와서 특타를 했다. 만족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흔히 베테랑 선수면 잠시 부진해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이용규는 "그렇지 않다. 언제 좋아질지 모르고 계속 안 좋을 수도 있다. 다시 좋은 모습을 찾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컨디션이 난조를 보일 때에도 연습으로 해답을 찾거나 '용규놀이'로 끈질긴 승부를 벌였던 이용규. 지금까지 그가 '생존'하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키움 이용규가 15일 오후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키움 경기 3회말 첫 타자로 나와 안타를 쳤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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