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SD 주전 불가능? 강정호도 처음엔 걱정부터 앞섰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26)의 선택은 '의외'라는 반응도 꽤 많았다. 김하성이 아무리 유틸리티 플레이어라지만 과연 샌디에이고 내야진에 들어갈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내야의 코너에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두 선수가 자리하고 있다. 1루수 에릭 호스머는 8년 1억 4400만 달러라는 초특급 대우를 받고 샌디에이고에 입단했고 3루수 매니 마차도는 10년 3억 달러라는 초대형 잭팟을 터뜨리면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향후 슈퍼스타로 거듭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이며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지난 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지금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주전 한 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김하성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강정호는 2015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에도 피츠버그의 선택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유격수 자리는 조디 머서가 버티고 있었고 2루수는 팀의 간판스타인 닐 워커가 이미 자리한지 오래였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이지만 주전감으로도 손색 없는 조쉬 해리슨은 2014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올스타로도 선정됐고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한 페드로 알바레스도 분명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선수였다.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침 피츠버그의 2015시즌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는 1루수 알바레스-2루수 워커-3루수 해리슨-유격수 머서로 짜여진 내야진이 자리했다.

강정호가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피츠버그의 시즌 5번째 경기에서였다. 4월 한 달 동안 출장이 불규칙했던 강정호는 홈런 1개도 치지 못하고 타율 .269 6타점으로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5월 들어 그의 비중이 높아졌다. 5월 한 달 동안 타율 .298 3홈런 11타점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강정호는 포지션은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 봤지만 선발 출장하는 일이 많아졌다. 피츠버그가 5월에 치른 35경기 중 27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피츠버그에게 강정호는 '꿀영입' 그 자체였다. 머서와 해리슨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있었고 강정호가 그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7월 말에는 아라미스 라미레즈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기도 했지만 강정호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강정호는 우려를 딛고 126경기에 출전, 타율 .287 15홈런 58타점으로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렀다. 강정호가 9월 중순 불의의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경기와 타석에 들어섰을 것이다.

당시 피츠버그는 지금의 샌디에이고와 비슷한 입장이었다. 이미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로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었고 2015시즌 98승 64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샌디에이고도 이를 발판 삼아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김하성 뿐 아니라 블레이크 스넬, 다르빗슈 유 등 리그를 호령하는 정상급 투수들을 영입해 벌써부터 우승 전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팀의 입장에서는 좋은 선수는 많을 수록 좋다. 김하성의 다재다능함을 주목한 샌디에이고이기에 충분한 기회는 다가올 것으로 점쳐진다. 2015년 강정호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2021년 김하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하성(왼쪽)과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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