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거르고 박병호…키움 후배들의 외침 "한 번 보여주고 와요" [MD스토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역시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는 달랐다. 박병호가 이정후를 거르고 자신을 택한 두산에 3점홈런으로 응수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시즌 80승(1무 62패) 고지에 올라서며 경기가 없는 3위 KT와의 승차를 지웠다.

박병호는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2볼넷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홈런이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3-1로 근소하게 앞선 7회 1사 1, 2루서 등장, 바뀐 투수 박치국의 낮은 슬라이더(131km)를 받아쳐 우월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8월 11일 고척 한화전 이후 73일 만에 나온 21번째 홈런을 쐐기 스리런포로 장식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오늘을 포함해 2경기밖에 남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걸 떠나서 무조건 이기려고 했다. 역전승을 거둬 기분이 좋은 하루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7회 타석은 박병호에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두산이 서건창의 1타점 2루타로 처한 1사 2루서 이정후를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박병호를 택했기 때문. 이정후보다는 지난 9일 부상에서 돌아와 감을 잡고 있는 박병호를 상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박병호는 “이정후로 베이스를 채운 것을 보고 어려운 공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2구째 변화구를 예상했는데 운 좋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을까. 박병호는 “난 괜찮았는데 더그아웃에 선수들이 한 번 보여주고 오라고 응원을 해줬다”며 “홈런 이후에도 선수들이 다 같이 기뻐해줬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흡족해했다.

확실히 관중이 있는 상태서 손맛을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박병호는 “관중들이 들어와서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집중이 된다. 중요한 경기서 점수를 벌리는 홈런을 쳤는데 응원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8월 19일 NC전에서 미세 골절된 손등 상태에 대해서도 물었다. 박병호는 “당시 의학적으로는 시즌 아웃 소견이 나왔지만, 난 복귀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연습할 때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으면 중단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생기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후유증은 없다. 다만, 보호대는 늘 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즌이 1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 박병호의 시선은 가을로 향한다. 정규시즌의 부진을 포스트시즌서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박병호는 “앞으로 남은 1경기도 중요하지만 시즌 내내 부진했으니 앞으로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이 많다. 포스트시즌까지 자신감을 찾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