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7년 연속 10승? 순위 싸움이 우선입니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저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죠."

‘느림의 미학’ 유희관(33, 두산)이 완투승으로 시즌 9번째 승리를 장식했다. 유희관은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완투승에 도달했다. 최근 2경기 연속 부진에 우천 취소까지 겹치며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겪었지만 시즌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강했던 KIA를 만나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경기 후 만난 유희관은 “경기 전 팔을 풀 때부터 힘이 있었다. 15일 만의 경기라 제구가 안 될까 걱정했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며 “코치님에게 우스갯소리로 요즘 캠프 때보다 공을 더 안 던진다고 말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밸런스도 안 좋고 몸도 무거웠는데 날씨가 모처럼 너무 좋아 가볍게 던졌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유희관은 이날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등판이 계속 미뤄졌기 때문. 8월 29일 수원 KT전 이후 9월 4일 잠실 키움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우천 취소됐고 다음 일정인 9월 7일 LG전마저 태풍으로 강풍 취소됐다. 이로 인해 무려 14일 동안 공을 던지지 못했다.

유희관은 “계속 대기했는데 비가 오면서 다른 선발에게 밀렸다”면서 “사실 잔여경기도 많고 팀이 중요한 순위 싸움에 있어 나보다 좋은 선발이 나가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팀 역시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또 경기에 나가면 집중해서 던지면 된다. 오늘(13일) 예보는 맑음이라 마음 편하게 경기를 준비했다”라고 웃었다.

이날 유희관 투구의 키워드는 칼날 제구를 바탕으로 한 투구수 관리였다. 1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5회가 끝났을 때 56개에 불과했고, 완투에도 88개라는 경제적인 개수를 기록했다. 총 투구수 94개 중 스트라이크가 70개(볼 24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 역시 예리했다.

유희관은 이에 대해 “오늘(13일) KIA에서 젊은 타자들이 많이 나왔다. 벤치에서 공격적으로 치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나도 스트라이크를 통해 빨리 승부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서 투구수가 적어졌다. 무엇보다 완투승으로 불펜을 아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유희관은 완투승 달성 뒷이야기도 전했다. 두산은 이날 8회말 시작 전 5-2 리드에 있었다. 3점 차라 9회 마무리투수가 세이브를 챙길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유희관은 경기를 온전히 끝내고 싶었고, 다행히 8회말 타선의 추가 득점으로 9회 마음 편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유희관은 “8회 끝나고 코치님이 힘이 남아있으면 9회에도 등판하라고 하셨지만 세이브 상황이라 (이)형범이 눈치를 봤다”고 웃으며 “사실 내가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8회 1점이 나면서 형범이에게 덜 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라고 전했다.

유희관은 이날 승리로 시즌 9승을 챙기며 7년 연속 10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남은 시즌 2경기 정도 등판이 예상되는 가운데 완투승의 기세를 잇는다면 목표에 충분히 다가설 수 있다.

유희관은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그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오늘 같이 집중한다면 10승이 따라올 것 같다”면서도 “이룰 때까지 이루는 게 아니다. 또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순위 싸움 중인 팀 승리가 우선이다”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두산은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선두 SK에 3.5경기 뒤진 2위를 유지 중이다. 유희관은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순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SK와의 격차가 크지 않고 맞대결이 3차례 남아 있다. 나 포함 선수들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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