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신태용 감독,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신태용 현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보류하면서도 다른 감독 후보들과 경쟁 과정을 거쳐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태용호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성공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명 이하 국가대표 신임 감독 후보를 정했다. 후보들과 각각 인터뷰를 진행한 뒤 신태용 감독과 비교 과정을 통해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7월 계약이 만료되는 신태용 감독의 유임은 일단 보류됐다. 다른 감독 후보군들과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지만, 월드컵 16강 실패 책임에 대해선 축구협회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판곤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은 성공하지도, 그렇다고 실패하지도 않은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태용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독일전에서 승리했다. 이 점을 인정해 차기 감독 후보 자격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결코 유리한 입장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솔직히 신태용 감독에게 주어진 1년이란 시간은 충분했다. 그것까지 감안해서 지휘봉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노력을 많이 했지만 깊게 들어가진 못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했다.

다만 신태용 감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판곤 위원장은 한국 축구의 철학을 정립하면서 다소 높은 감독 조건을 내걸었다. 사실상 외국인 감독을 염두해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는 침투와 전진 패스를 추구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유명하지만, 수동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내는 감독도 있다. 그런 분은 한국 축구 철학과 맞지 않다. 아울러 세계 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월드컵 9회 연속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격에 맞는 지도자를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감독 선발 기준을 근거로 든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최선의 노력에도 전술과 리더십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신태용 감독이 외국인 감독 후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판곤 위원장은 “월드컵이 끝나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선수들은 축구협회가 하나의 철학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 얘길 듣고 마음이 아팠다. 감독은 바뀔 수 있다. 다만 어느 나라든지 같은 철학을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해 7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대신해 러시아 월드컵까지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모두 비기면서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경기력 논란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부임 희망설까지 겹치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트릭’ 발언 속에 스웨덴에 0-1로 패하고, 멕시코에 1-2로 졌다.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해 2-0 승리를 거뒀지만 1승 2패로 목표였던 16강은 실패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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